내일의 눈

'도로 민정당'이 두렵지 않나

2015-10-28 10:38:30 게재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던 41분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려 56번 박수를 쳤다. 1분에 1.36회 꼴이다. 친박의원이 응원단장 노릇을 하고 다수는 그의 선창에 따라 물개박수를 쳐댔다. 얼마나 감동이 컸길래 56번이나 박수를 쳤는지 알 수 없으나 연설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도 그들과 같았을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청와대 짝사랑'은 이번만이 아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쳐내라는 '황당지침'을 줬을 때도 그들은 말대꾸없이 따랐다. 반발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나 청와대가 눈에 힘 한번 주자 꼬리를 감췄다. 당 대표가 타깃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듣보잡에 가까운 자칭 친박의원들이 국민과 당원이 선택한 대표에게 "한번 붙어볼래" 을러대도 모른 척 했다.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묻지마 찬성'이다. 겉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국정화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 논리를 똑같이 외운다. 물론 뒷전에선 나릿님 흉도 다반사다. 비박 재선의원은 "지금이 60∼70년대도 아니고 요즘 젊은사람들에게 국정화라는 단어를 들이대는 용기가 가상하다"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일사분란한 편이다. 뒷전에서 어떤 얘기를 하던간에 앞에선 '무조건 충성'이다. 자신들도 민망한지 '현재권력' 핑계를 댄다. "살아있는 권력과 어떻게 싸우나. 검찰, 경찰 동원해서 을러대는데 당해낼 재주가 없잖아." 김무성 사위 사건을 예로 든다. 하지만 "내가 뒤가 많이 구리다"는 고백처럼 들리는 건 과한 해석일까. 공천도 '비겁한 변명'에 낀다. "당장 내년에 공천 받아야 하는데 청와대에 밉보여서 좋을 게 뭐 있냐"는 식이다. 국민 앞에선 오픈프라이머리와 상향식 공천을 떠벌이는 의원들이 청와대의 공천 간섭을 두려워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어떻게 봐야하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직시해야 한다. 국민이 보수정권 손을 자주 들어주는 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그들이 안보와 애국, 민생, 경제, 책임 따위의 가치에 조금 더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018년 경제위기설'이 엄습해오는 이 때, 여당이 국정화 타령을 하는 건 국민 믿음을 외면하는 꼴이다. 극우 냄새가 진동하는 국정화는 중도성향 국민의 외면을 당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권력이 뒤를 캘까봐, 공천을 주지 않을까봐 두려워 물개박수 치는 의원들의 모습은 국민에게 "저들이 민정당 피를 이었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새삼 일깨워줄 뿐이다.

나혼자 살겠다고 줄서기 바쁜 순간, 새누리당호는 검은 바닷속으로 침몰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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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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