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황우여 부총리를 위한 변명

2015-10-28 11:22:00 게재

교육부가 시간이 갈수록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형국이다.

이 중심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여당과 청와대의 '집착'과 '밀어부치기식' 강공책을 따라가지 못해서일까.

여당 안에서 황 부총리에 대해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밀 TF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부터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황 부총리가 지나치게 소극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교육부 대응(국정화)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며 "장관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의원들이 '황우여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공천권을 의식한 것이 분명하다. 내년 선거가 끝나면 청와대에 등을 돌릴게 뻔한데 선봉대 역할을 하는 그들 모습이 오히려 우스워 보인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이 이 대목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야당의원들이 국정화 태스크포스(TF) 운영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마당에 교육부 해명만으로 의혹이 풀릴까? 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국정화는 교육부 소관사항으로, 청와대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하루도 못 넘기고 청와대가 매일 보고를 받았음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교육부 소소한 일까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건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들 상당수가 교과서 국정화가 무리수라고 인정한다. 교육부 한 간부는 "불은 정치권에서 질러놓고 교육부에 책임을 묻는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황 부총리도 비슷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어쨌건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국정화 프레임에 황 부총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친박 의원들 눈에는 뒷걸음 치는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황 부총리는 27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 개발 정책 추진을 밝히는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에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신중론이 지나쳤다는 것이다.

앞서 황 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면서도 국론 양분을 걱정했다.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여놓고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기자 눈에는 이렇게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게 맞느냐는 황 부총리식 문제제기로 비쳤다. 이게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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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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