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8만 시대, 이제는 교육이다 ②

중도입국(해외출생·성장 다문화 청소년) 늘어나는데 대책실효성 없다

2016-06-01 11:23:19 게재

16.4% 초중학교 상태에서 학업 중단 … 국내출신보다 중단률 높아

문화·언어 문제로 공교육 진입 어려워 … 법적 권한 문제도 장애물

#. "한국에 오면 바로 무언가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에선 저는 아직 어른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죠.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배울 수도 없어요. 저는 무엇을 해야하죠?"

국내 다문화학생이 8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학교 밖 중도입국 청소년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공교육에 진입한 중도입국 청소년들도 언어장벽, 학업 부진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외국에서 출생해 성장하다 부모 결혼이나 이주 등으로 인해 국내 입국한 경우를 말한다.

지난 달 2일 나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강초등학교 봄철 운동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기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전교생 200여명 중 27명이 다문화가정 학생들로 구성된 영강초등학교는 중도입국학생 및 외국인가정 자녀들을 위한 '다문화예비학교'를 운영하며 시리아 난민 자녀 7명에게 특별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이런 사실은 양승주 한양대 에리카 산학협력단 연구교수팀이 교육부에 제출한 '다문화 가정 자녀의 공교육 진입 방안' 연구에 의해 확인됐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9~11세 사이의 중도입국 청소년의 0.8%는 초등학교를 중퇴해 100%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국내출생 다문화 청소년과 비교된다. 12~14세 사이의 중도입국 청소년의 경우 1.4%가 중학교를 중퇴하거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했다. 99.4%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재학 중인 국내출생 다문화 청소년에 비해 학업 중단률이 높았다. 특히 15∼17세 중도입국 청소년의 16.4%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 상태에서 학업이 중단됐고 1.9%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사각지대서 살아가 = 전문가들은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국 과정에서 취학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학력인증 정보가 부족해 공교육에 진입 못한 중도입국 청소년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학교 현장의 중도입국 청소년 기피심리도 공교육 진입의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다문화 청소년의 국내 적응을 지원하는 한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일선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이라며 "학교마다 입학 담당 교사의 인식 차이가 커 외국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이어서 입학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한적인 중도입국학생들의 법적 권한도 공교육 진입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지원에 관해서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다루지만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체류자격이 불안정해 학교 입학이 어렵거나 비자연장을 위해 출신국에 오가느라 교육과정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비자 연장을 위해 자신의 희망과 관계없는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다문화 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의 허수경 초기지원팀 팀장은 이에 대해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방문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등 신분이 불안정해서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을 하려고 해도 아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아 범죄에 빠지기도 하는 등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정부에서 체류신분을 보장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렵고 두려운 한국어 = 언어 소통의 두려움도 중도입학 청소년들의 공교육 진입을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외국에서 나서 자란 이들에게 고난이도의 학업수준과 이를 위한 한국어 능력은 두려운 존재다.

실제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중도입국 청소년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5%가 '한국어를 못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잘한다'는 응답은 17.0%에 불과했다. 나머지 45.5%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보통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부족한 한국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중도입국 청소년 중 상당수는 시민사회단체 등이 운영하는 학교 밖 한국어 교육을 선택한다. 교육을 받다보면 생활 한국어는 어느 정도 향상되지만 이해력과 어휘력 부족 등으로 수업을 들을 학교에서 필요한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허 팀장은 "한국사회를 배우고 이해해야 나가서 일할 수 있는데 적당한 대응을 못 해 직장에서 잘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게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육 경로 고민해야 = 이와 함께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공교육 진입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으로 차별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전국 102개 다문화 예비학교에 다니는 학생 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7.4%의 학생이 출신 국가나 피부색, 언어로 인해 차별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 경험은 초등학생(23.1%)이 중학생(11.9%)에 비해 2배 많았다.

차별을 가한 주체(복수응답)로는 '한국 친구들'(54.8%)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웃으로부터 차별을 당한 적 있다는 비율도 15.5%에 달했다.

최근 경남교육청이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한영애 경남도의회 의원은 "학교 현장에는 중도입국학생 증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인종·민족에 대한 차이와 차별로 인해 소외계층이 형성되지 않도록 교육을 통해 '다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와 언어능력이 뒤떨어진 중도귀국 청소년 대상 교육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수업시간에 교사가 하는 말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일반학교 생활은 무리일 수 있다.

강은이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 소장은 경기교육청 토론회에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하고 학업을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아이들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제지당하지 않아야 한다"며 "다만 공교육으로 진입만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대안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소장은 "교육의 우선 가치는 졸업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 마땅함을 좇아 살아가게 하는 것,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삶에 대한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것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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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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