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 ⑨ 시흥시

"다른 지역에서 시흥으로 이사온다"

2016-06-27 09:59:50 게재

시민 주도로 '희망씨 도서관' …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 연계 서비스 강화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시민이 참여한다는 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시민이 대상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여를 넘어 시민이 주인 노릇을 하는 시민주도형 도시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 시흥시의 기조입니다. 도서관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진로도서관에서 만난 김윤식 시흥시장의 일성이다. 2009년부터 시장직에 재임하고 있는 김 시장은 매사에 '시민이 주인'을 강조한다. 이제 시 공무원들이 모든 정책에 '시민'을 먼저 생각할 정도가 됐다.

 

김윤식 시흥시장│21일 진로도서관에서 만난 김윤식 시흥시장. 사진 이의종

 


"준비된 시민 자원 믿어"

시민들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시흥시의 '희망씨 도서관'은 그런 김 시장의 뜻에 따라 시작됐다.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뜻하는 희망씨들은 스스로 회의를 통해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지 결정한다.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

희망씨 도서관은 4곳에 이르며 희망씨들은 160여명이다. 김 시장의 아내도 월곶도서관에서 희망씨로 활동한다. 김 시장은 "시민들이 이용자·부모의 입장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니까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물론 시가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사서직 공무원 2명이 희망씨들을 지원하며 시민들의 요청에 대해 예산 집행을 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희망씨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기 부여를 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김 시장이 처음 2011년 신천도서관을 희망씨 도서관으로 운영하자고 할 때는 시 내부의 반대가 있었다. 시민들이 운영하다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반대의 기저에 있었다.

김 시장은 "이미 시민 사회에는 준비된 시민 자원이 많이 있다고 다소 반강제로 설득을 했다"면서 "다행히 처음 시작한 신천도서관이 잘 운영됐고 이후 희망씨 도서관을 만들자고 할 때는 내부 우려나 저항 없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도서관, 고립되지 않도록

시흥시는 도서관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 주제별로 운영하는 11개의 공공도서관 중 1곳은 인터뷰가 진행된, '진로'를 주제로 한 진로도서관이다. 진로도서관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진로라는 점에 착안, 조성됐다.

김 시장은 "도서관이 시민뿐 아니라 학교 교육의 중요한 지원 진지가 돼야 한다"면서 "시가 나서서 진로도서관을 중심으로 각 학교 진로전담 교사 대상 1박2일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역량 강화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도서관 관련해서도 각종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15년까지 각 학교에 사서를 지원했으며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연계, 상호대차 서비스를 실시한다. 학교도서관이 공공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하면 가져다주는 '책받음 서비스'도 시행한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별빛도서관도 조성했다.

김 시장은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자료 탐색 능력을 배양하는, 공공도서관보다 훨씬 중요한 곳이며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면서 "학교 안에 학교도서관이 형식적으로, 고립된 섬처럼 있는 모습을 타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단 종사자에게 책 읽는 환경을

이와 함께 시흥시는 시화공단 종사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생업을 잇는 종사자들은 9만명에 가깝다. 이들 대부분은 제조업 근로자들로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나 조건이 열악하다.

김 시장은 "삼립식품이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고 시에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양식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전문가의 연구와 내부 반성을 바탕으로 공단 노조, 기업,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관련 주체들과 함께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독서에 역점을 두는 시의 노력에 시민들도 호응하고 있다. 여름이면 도서관 앞마당에 설치되는 풀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중앙도서관의 야외 데크에서 행사를 개최하면 300여명이 함께 한다. 김 시장은 "시민들의 거주 기간이 늘고 이동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안양, 부천 등으로 빠져나갔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시흥으로 이사를 온다"며 뿌듯해 했다.

[관련기사]
- [도서관 탐방 │시흥시 중앙도서관] '3세대가 함께 하는 도서관'으로
- [이용자 인터뷰 │안은미씨] "나 자신에 대한 호감도 높아져"

['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연재 보기]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