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버티기'에 한국경제 무너진다 │① 위기 경고등 켜졌는데 방치된 경제

퇴진시기 따지는 동안 경제는 나락으로

2016-12-06 00:00:01 게재

"경제사령탑 교체 현실성 없어 … 경제정책 책임질 새정부에 길 터줘야"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국내경기 상황은 경제위기라 할 정도로 악화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제3차 대국민담화 마친 박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심판을 받은 박근혜정부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경제를 생각하면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과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퇴진시기를 늦추며 '버티기'를 하고 있어 우리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지표는 위기 수준 = 국내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이미 위기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당장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은 지난해(-8.0%)에 이어 올해도 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제조업도 무너지고 있다. 제조업은 지난해 1.3% 성장에 그쳤다. 이는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1.8%)과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5%)을 빼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제조업 분기성장률은 1분기 -0.2%를 기록했고 2분기 1.2%로 오른 뒤 3분기에는 다시 -0.9%로 고꾸라졌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74.3%로 1999년(67.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에는 70.3%까지 하락해 조만간 70%선이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직시장에도 매서운 한파가 불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전체 실업률이 올해 3.7%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3.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 이후 최고치다.



청년실업률은 이미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10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5%로 10월 기준으로 1999년 8.6%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지금 추세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 달성이 쉽지 않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2%대로 예측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예상치보다 0.4%p나 낮춘 2.6%로 수정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2015년부터 3년째 2%대 머물게 된다.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 3%를 밑도는 것은 경제성장을 시작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내년 성장률 2%도 달성이 힘들 것이란 비관론마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놓은 바 있다.

게다가 130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조만간 가시화될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변화는 한국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안길 수 있다.

"부총리 한명 교체한다고 될 일 아냐" = 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단축' 의사를 밝히면서도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아 국정공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정확치 않다.

경제상황이 다급하다보니 일각에서는 경제사령탑이라도 확실히 하자는 요구가 나온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 아니면 여야가 합의한 제3자라도 부총리로 공식 임명해 경제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경제만큼은 정치와 분리해 운용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현실성은 크지 않다. 당장 임 위원장을 부총리로 임명하면 신임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의 연쇄적인 인사가 불가피해지는데 청와대가 그럴 여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든 인사다. 그렇다고 퇴진을 앞둔 정권에서 부총리를 하겠다는 실력 있는 제3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부총리를 교체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 권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관료사회를 움직이기 어렵고,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로 경제법안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경제가 어려워진 데에는 대내외 여건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실체 없는 창조경제,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 등 정책을 잘못한 원인이 더 크다"며 "총체적 위기라 할 수 있는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정책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부총리 한명 교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조속히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사령탑만 교체해 경제운용을 맡긴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얘기"라며 "어려운 경제를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 정당성을 갖춘 새정부가 책임지고 경제정책을 펼치도록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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