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신년 인터뷰│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자치분권국가로 대전환해야"

2017-01-24 10:01:08 게재

대통령 분권의지 있어도 정부·국회 반대

'지식복지+도시농업' 자발적 공동체 복원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 고개를 넘지 못하고 계속 정체상태입니다. 골목에서 싹튼 기운이 나라 전체에 확산돼야 합니다. 지방의 잠재력을 일깨워야 활력있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유종필(사진) 서울 관악구청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자치와 분권에 의해 완성된다"며 "비효울적 중앙집권국가에서 지역 다양성을 살리는 자치분권국가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민선 5기부터 6년 넘게 구청장을 하면서 체감한 부분이다.

"같은 서울이라 해도 강남 강북이 달라요. 심지어 바로 옆에 붙어있는 동작하고 비교해도 주민 요구나 역점 사업이 달라요."

지역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아는 건 기초지자체. 지역 특색을 반영한 개성있는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뛰고 있지만 재원부터 법적 권한까지 걸림돌 투성이다. 권한이 작으니 불필요한 시간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삼성동에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서울시 예산 27억원을 확보했는데 시의회에서 마지막 조정하면서 빠졌어요. 다시 시 관련 부서를 초청해 설명회를 하고 현장을 안내하고…."

시의회 힘도 빌어 올해 예산에는 24억원이 반영됐지만 끝이 아니다. 적어도 두해 이상 비슷한 작업을 되풀이해야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 관계가 이런데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는 더하다. 유종필 구청장은 "대통령 분권의지가 있어도 중앙부처와 국회가 반대한다"며 "헌법 개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헌법에 자치와 분권을 명시한 뒤 국세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자치법 등 관련법을 그 기준에 맞춰 줄줄이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인 1987년산이라 지방자치시대에 맞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지나친 중앙집권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집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성과가 대통령을 국민 직접 선거로 뽑는 개헌으로 이어졌지만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과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유 구청장은 "양적인 면에서 (지방자치 관련 내용은) 2개 조항에 불과하고 내용도 지극히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앞선 나라도 지방에 눈을 돌리고 있다. 헌법 1조 1항에 지방분권을 명시한 프랑스, 기본법인 정부조직법 1조에 민주주의 실현 수단으로 대의제와 지방자치를 명시한 스웨덴이 특히 그렇다. 프랑스는 2008년 '지역 언어는 프랑스 유산에 속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국민과 직접 상대하고 국민 요구를 바로 반영해야 하는 기초지자체 권한과 재정을 확대하는 건 결국 국민의 자주적 결정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라며 "꾸준히 진화하는 국민 수준을 감안할 때 시대흐름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관악에서는 민선 5기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 다양한 주민 주체들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협치 추진체계 구축에 주목했다. 주민이 기획하고 만들어 즐기는 축제인 강감찬축제와 고시촌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학교 가지 않는 날 문·예·체 특별활동을 돕는 175교육사업, 279개 독서동아리, 집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을 가져다주는 지식도시락 배달 등 지식복지도 주민 1/5이 참여하는 자원봉사와 연계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삐를 죄고 있는 도시농업은 올해 새롭게 도약한다. 주민들은 청룡산·남현동 자투리텃밭과 강감찬 도시텃밭, 낙성대공원 도시농업체험장, 청룡산 양봉장에 이어 서울 첫 도시농업공원이 선을 보인다. 유종필 구청장은 "삼성동 장기미집행공원 1만5000㎡를 활용해 경작체험원과 양봉교육장 농가주택 채종원 등을 갖춘다"며 "자연과 교감·공존하는 동시에 이웃과 만나고 소통하는 매개로 작용, 궁극적으로는 자발적 공동체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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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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