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정기념관 건립 의지 있나

2017-04-07 10:56:38 게재

예산 불용처리, 법인설립도 차일피일 … 서울시, 민간단체 등과 대조

프랑스 혁명 100주년에 에펠탑이, 200주년에는 신 개선문(그랑드 아르슈)이 파리에 등장했다. 미국독립선언 100주년에는 뉴욕에 자유의 여신상이 섰다.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은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도시상징이자 국가의 가치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서대문구의회 청사를 활용한 임시정부 기념관 계획안 사진 임시정부기념관추진위원회 제공


앞으로 2년 뒤인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와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이를 기념해 3.1운동 100주년 조형물을 조성하고, 임시정부 기념관을 설립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정통성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다. 예산도 만만찮다. 기념관 건립에만 최소 3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민관이 힘을 합쳐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 '한국사를 지켜라-임시정부기념관 건립' 1억모금 프로젝트가 2달 만에 2500여명이 참여해 조기달성된 것을 보면 민간차원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대문구의회 부지를 임정기념관 부지로 제공키로 약속했고, 차질이 생기면 국민모금운동이라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월 8일 서대문형무소박문관에서 열린 3.1운동기념사업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임시정부 기념관 하나 없다니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정부 측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회장 이종찬)가 어렵게 국회를 설득해 예산 1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였다. 보훈처는 어렵게 따낸 예산 10억원 가운데 2000만원만 용역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9억8000만원은 불용처리했다. 매년 연말이면 불용예산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과 국회에서 로비전을 펼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뿐만 아니라 보훈처는 추진위가 요청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지난해 3월 불허한 뒤 1년이 넘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부지와 건립비용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나치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서대문구의회 부지를 내놓는 대신 국유지(중랑천변과 노량진 수도자재관리소의 맹지) 2곳을 맞교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한다면서 국유지와 맞교환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면서 "임정기념관은 그 중요성 때문에 건립비를 100% 국가에서 지원키로 했는데 시설을 향유하는 서울시가 좀 더 뭔가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보훈처와 기재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와 기재부가 부지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고,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보훈처가 협의 중인데 결론이 나면 우리는 예산을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대영 서울시문화재연구팀장은 "이 사업을 국가사업이라고 인식한다면 이렇게 나오지는 않을 텐데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우리가 맞교환을 요청하고 있는 중랑부지나 대방동 부지가 중요한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잘 사용하지도 않는 맹지인데 왜 교환하지 못하겠다고 고집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부지확보와 건축비용, 건축방식 등에 대해 협의 중에 있는 사안일 뿐"이라며 "건국절 논란 등 정치적 공방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념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어렵게 따낸 예산도 불용처리하고 법인설립은 보류하며, 부지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으로 버티는 것은 결국 현정부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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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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