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걸어온 나눔의 길 │윤경애 적십자 봉사원

"100세 넘어도 계속 봉사하고 싶다"

2017-04-18 10:23:36 게재

31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덧 여든여섯이라는 나이가 되었다는 윤경애 서울적십자 봉사원. 일평생 3만여시간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눠왔다.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활발하지 않던 1986년 처음 적십자 봉사회를 찾은 그는 봉사원 선배 친구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주저없이 나아갔다. "마음 닿는대로 내키는 대로 하는 일이 봉사였다"

적십자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구호 활동을 시작하자 뉴스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현장에 나가 급식 봉사에 나섰다. 또 매년 여름 겨울 풍수해가 발생하면 서울 시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 이재민의 곁을 지켰다.

"어려운 사람이 사는 곳일수록 재난으로 인한 피해도 더 큰 법이죠. 오갈 데 없는 이재민에게 따뜻한 한 끼 해먹이고, 잠깐이라도 맘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게 우리 일이었어요"

윤 봉사원은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아산병원 용산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집이 송파구에 있어 일산병원까지 가려면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위해서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어느 날 병원으로 가던 중 실수로 계단에서 구르는 바람에 대퇴부를 다쳤다. 같은 부위를 다친 사람이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병원에서 2 달 간 매일같이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불안함을 극복하게 해준 것은 봉사의 힘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수술비도 그동안 봉사해왔던 일산병원의 지원으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윤 봉사원은 적십자 봉사원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30년 동안 몸담은 적십자예요. 적십자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이제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습관이에요."

어느날 지하철에서 쓰러진 할아버지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나치는데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119에 전화를 걸고,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해서 사람을 살린 적이 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 때 분향소에서도, 진도 현장에서도 끝까지 남아 함께 한 건 적십자였다고.

윤 봉사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년간 적십자와 결연을 맺고 지원받은 학생이 자라 "저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세요"라고 쓴 감사편지를 보내 왔을 때였다고 말했다. 한순간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몇 년간 정기적으로 방문해 구호물품을 전하고 어깨며 손발이며 아픈 곳을 주물러 드리면서 말벗을 해드린 어르신이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돌아가셨을 때, 같이 봉사활동해 왔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곁을 떠날 때는 무척 허전하고 힘들었다고.

"봉사활동은 남을 위한 것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건강하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나눌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라고 윤 봉사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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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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