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주거난에 힘겨운 청춘

2017-05-22 10:49:23 게재

탈출구가 안 보인다

우리나라 청년빈곤의 문제는 통계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34세 청년층 빈곤율은 2015년 기준 5.8%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9%(2014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같은 통계 수치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비해 OECD 평균 청년빈곤율이 높은 건 이들 국가에서는 청년층이 일찍 독립하기 때문이다. 독립 후 소득이 충분치 않아 빈곤율이 높지만 각종 수당과 직업알선 등 사회보장제도로 조기 탈빈곤 현상이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들에게 의지하는 청년층이 많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20~30대 절반 이상이 자신을 캥거루족으로 생각한다는 조사도 있다.

실제 앞서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1인 가구를 구분해 빈곤율을 계산하면 19.5%로 높아진다. 청년 1인 5가구 중 1가구 꼴로 평균소득의 50%도 안되는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업자 절반 이상이 청년층 =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일자리를 구하기부터가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실업자가 101만200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청년층(15~29세)이 40만8000명이었다. 30~34세 실업자를 포함하면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인 51만6000명에 달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악이었다. 청년층 실업률은 2014년부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오고 있다. 불완전취업자와 입사시험 준비자 등을 합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0%로 공식 실업률의 2배 이상 높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부가조사 자료(2015년 8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45.9%에 이른다. 비정규직은 일자리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청년가구 소득은 마이너스 = 취업도 어렵고 좋은 일자리도 많지 않다보니 소득이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청년(20~35세)가구만 구분해 소득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들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006년 221만1000원에서 2013년 302만1000원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4년 290만3000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2015년에는 286만2000원으로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도 돈벌기도 어렵지만 청년층에게 주어지는 부담은 적지 않다. 신한은행이 올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32.5%는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서 첫 대출을 시작하는데 첫 대출금이 1297만원에 달했다. 학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융자받고 이를 갖지 못할 상황에 이른 20~3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최근 3년새 50%나 급증했다.

대학생 1인당 평균 취업비용이 4300만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주거부담은 더 크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1인 가구 34만명 중 3분의 1이 넘는 12만명은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주거빈곤은 지하나 옥탑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나 주택법에 규정돼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서 사는 상태를 말한다.

어려운 현실은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 지난해 조결혼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5.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2009년(1.15명) 이후 가장 낮았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산율은 7.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이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어둡게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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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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