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간 우정과 신뢰 쌓는 데 주력"

2017-06-27 10:58:27 게재

5일간 워싱턴 방문, 취임 후 첫 '동맹외교' …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공동대응'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취임 후 첫 동맹외교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간의 현안에 대한 양국 정상간의 공감대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26일 전 주미대사들과의 초청 간담회에서 "성과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정과 신뢰를 쌓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새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리는 정상회담이란 점을 고려해 방문일정과 의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정상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토대로 외교안보 분야 뿐 아니라 경제·사회분야의 협력, 글로벌 차원의 협력으로 폭과 깊이를 다져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3박5일간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귀엣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를 초청 간담회에 입장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8일 오후(이하 미국 동부 현지시각)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미국 순방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장진호 전투는 6·25 당시 한·미 양국군을 포함해 많은 유엔군이 희생당한 전투로, 특히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킴으로써 피난민 9만여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전투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이들 피난민에 포함돼 있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정 실장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도 연결되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념비 헌화 이후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비즈니즈 라운드 테이블'과 만찬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한·미 경제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29일 오전에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상·하원 지도부와 미국 정계 핵심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북핵에 대한 대응방안과 경제협력, 특히 사드배치와 관련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정상간 첫 상견례를 겸한 환영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만찬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오전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 D.C.내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헌화 행사에는 한국전 참전국 대표들과 미국 참전용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펜스 부통령의 부친은 한국전 참전용사로 이날 동반 헌화도 펜스 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헌화 이후 이번 방미의 핵심일정인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갖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을 확인하고 다양한 분야의 실질 협력을 통해 동맹발전 비전을 공유하고 재확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국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인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큰 틀에서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 의제에 대한 입장이라기 보다 현안에 대한 양국 정상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 양국 관계와 주요현안에 대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각 정상이 이번 회담의 소감을 언론발표 형식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공동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어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예정돼 있지 않다.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오찬을 갖고 백악관 공식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같은 날 저녁에는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7월1일) 동포 간담회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정 실장은 "역대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빠른 시간내에 방미와 정상간 만남이 이뤄진다"면서 "정상간에 긴밀한 우의와 신뢰를 구축해 향후 5년간 정상간 수시 통화와 상호방문, 다자회동 등을 통해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전 주미대사를 초청, 간담회를 열고 조언을 구했다.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 홍석현 한반도포럼이사장, 양성철 전 국회의원, 이태식 전 외교부차관, 최영진 전 외교부차관이 전직 주미대사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한-미 동맹 강화 기반을 탄탄히 하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도 구체적인 현안 논의보다는 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하는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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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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