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 사회적 치유 필요하다│②부실한 공적 지원

1대1 심리상담 헛돌고 의료지원도 중단

2017-08-11 00:00:01 게재

안산온마음센터, 유가족과 초기 신뢰 쌓기 실패 … "피해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운영해야"

세월호 참사 충격을 겪은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 지원은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대형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충격은 육체에도 영향을 끼쳐 다양한 장애나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상 신체질환은 2016년 3월까지만 지원됐다. 심리지원을 담당한 안산온마음센터는 참사 초기 급조되면서 피해자들과 신뢰관계를 쌓는 데 실패하면서 센터이용률이 저조한 상태다.

이에 참사 피해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심신의 질환을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지 안산 마음토닥 정신건강의원 원장은 "심리지원 하나로 트라우마 치유지원이 맞춰 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참사 생존학생들의 경우 피부질환이 심하고 몸 이곳저곳에 통증도 많다. 내과 재활 같은 것도 센터 안에서 같이 다뤄져야 한다. 피해자를 전인적으로 볼 수 있어야 온전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렬했던 민간지원 … 공적지원 체계 전환 후 삐그덕 = 세월호참사 직후 진도와 안산에는 전국민적인 지원이 쏟아졌다. 지방자치단체, 기업, 각종 민간 봉사단체는 거의 빠짐없이 봉사단과 구호물품을 보냈다.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전국에서 진도와 안산으로 몰려 온 수 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떠올리며 '나라가 아닌 그들의 헌신이 우리가 지탱하는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희생자 박성호군 엄마 정혜숙씨는 "아이의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른 후 다시 팽목으로 내려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면서 "생업과 가족을 놔두고 내려와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 받고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민적 움직임에 떠밀려 세월호특별법과 피해지원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등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신체·정신적 장애 모두 진료비 전액이 지원(급여비는 공단이, 비급여 및 본인부담금은 국가가)된다. 특히 2014년 5월1일 안산에 4·16 세월호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에 대한 심리지원을 위해 안산 온마음센터를 설치, 운영을 시작했다. 과거 광주항쟁관련 피해자나 대구지하철참사 피해자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센터 설립하는 데 각각 32년, 14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다.

그러나 신체 질환에 대한 의료지원금은 2016년 3월 28일까지, 심리 지원은 2020년 3월 28일까지로 한정했다는 점은 비판받고 있다. 참사 이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수년에 걸쳐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산온마음센터는 초기에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어 내는데 실패했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청와대 앞이나 국회, 광화문광장 등에서 보냈지만 온마음센터는 센터에서만 가능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 박은희(예은이 엄마)씨는 "참사 초기에 세월호참사에 대한 가족들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시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간담회며 거리로 나섰는데 프로그램한다고 센터로 오라고 하니 답답하고 짜증스러웠다. 그래서 집회에 같이 참여하자고 그쪽에 권했다"라고 말했다.

인력부족으로 일대일 대면 관리 어려워 = 참사 초기에 피해자와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선 일대일 상담이 중요하지만 인력도 태부족이었다. 지원대상이 1000여명인데 반대 대면상담을 할 수 있는 온마음센터 인력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고영훈 안산온마음센터장은 "개별 접촉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면서 치유 과정에 동참시켜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두 번 찾아 갈 걸 한 번 가게 되고 놓치게 된다"며 "심리지원에서 대면상담 사례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피해자를 대면하면서 사례관리를 하는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는 센터 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적기 때문에 인력부족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담당자는 "심리지원조직인데 실제 프로그램 이용자가 많지 않다. 많은 경우 외부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심리지원 이용이 활발해지지 않으면 인력을 늘릴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참사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관에서는 센터의 심리프로그램 위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차이가 있는 셈이다.

정권교체로 희망이 생겨 억눌렸던 고통이 터져 나올 것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실한 공적 지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의 대정부투쟁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참사 진상규명 등 희망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조금씩 풀려 신체·정신적 장애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김은지 원장은 "세월호가 인양되고 정권교체가 되면서 진상규명 등에 대한 희망이 커지자, 이제 피해자들이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생겨나고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억눌렸던 것들이 올라오는 것"이라면서 "신체적 질환에 대한 지원과 심리 치유 지원을 병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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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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