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못 말리는 트럼프, 갈등 부채질 말폭탄 쏟아내

2017-08-18 11:29:00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트위터와 말 폭탄을 끊지 못해 숱한 분란을 일으켜 왔다. 북한 김정은 정권과 말의 전쟁으로 한반도 안보를 불안케 한 것을 비롯해 외교안보 사안뿐만 아니라 미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 폭력시위와 차량돌진 테러행위에 대해서도 금기를 깨는 발언으로 백인우월, 인종주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대표가 줄 사퇴하자 아예 자문기구를 해체해 버리는 맞대응을 하고 나서 경제계, 정치권과 협치를 날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백인우월 인종주의 속내 드러낸 트럼프

버지니아 주립대학이 있는 샬러츠빌에서는 11일과 12일 KKK, 네오 나치를 포함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무려 6000명이나 운집해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제거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을 저지하려는 맞불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충돌했다. 평화적으로 거리 행진하던 맞불시위대 행렬에 대해 오하이오에서 온 20세의 백인 남성이 승용차로 돌진하는 테러행위를 자행, 32세 여성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첫 입장 표명부터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혀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을 지칭하지도 않은 채 맞불시위대까지 책임 있다는 양비론을 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공화당 진영에서 조차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에는 백악관에서 다시 입장을 발표하며 "KKK, 네오나치를 포함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은 범죄자, 살인자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참모들에 의해 잘 재단된 긴급 진화 시도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하루만인 15일에는 "두 편이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 대안우파 뿐만 아니라 대안좌파도 책임 있는 것 아니냐고 양비론으로 되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가진 즉석 기자회견에서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의 폭력사태에는 양쪽이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 백인우월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맞불시위대도 비난하는 양비론을 다시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쪽의 시위대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러나 맞불시위대도 폭력성을 보였다"면서 "대안우파들 뿐만 아니라 대안좌파들도 책임 있는 것 아니냐"고 싸잡아 비난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정을 토해내며 "이번 주 리 장군 동상을 제거한다면 내주는 조지 워싱턴, 그 다음 주는 토머스 제퍼슨 동상을 끌어내려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백인우월주의 고취, 인종 갈등, 국내 테러 부채질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미국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인종주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핵원자로가 녹아내린 대재앙으로 묘사했다. CNN 방송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자신의 진짜 정치적 소울과 진면목을 드러냈다"면서 백인 국수주의자들을 북돋아 인종주의 갈등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지할 틈을 두지 않고 격분한 채 인종주의 발언을 쏟아내자 곁에 서있던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이 고개를 떨군 채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참모들의 심사숙고 끝에 마련한 진화시도를 누구도 못 말리는 대통령 말 폭탄으로 단 하루 만에 날려버리니 정말로 답이 없다는 참담한 표정이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전언이다.

인종주의에 대한 트럼프 입장이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백인우월주의자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티브 배넌 부터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백악관 내 극우파의 상징인물인 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가의 해임이 임박해졌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는 이미 백악관안에서 고립무원에 빠졌다가 백인우월주의자들 폭력사태에도 두둔하도록 조언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불러와 트럼프 대통령 신뢰를 완전 상실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번복하는 바람에 배넌이 이른 시일 내 해임될지 또 불투명해졌다.

대통령의 인종주의 발언에 실망해 백악관 자문단이 잇따라 사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두개의 자문회의를 아예 해체하는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제조업 자문위원회와 전략정책 포럼에 참여하는 업계 대표들에게 압력을 넣는 대신에 두 곳 모두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 시위와 차량돌진 등 유혈사태에 대해 인종주의에 기름을 다시 붓는 발언을 한데 대해 재계와 노동계 인사들이 잇따라 백악관 자문단에서 탈퇴하자 아예 자문기구를 없애는 강수로 맞받아 친 것이다.

대통령직속 제조업 자문위원회(AMC)는 당초 올 1월 28명이 참여해 출범했으나 이번 사태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태토에 반발해 해체시까지 9명이나 줄줄이 사퇴했다. 전미제조업연맹 스콧 폴 회장,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등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경제계·정치권 반발로 협치 날린다

또한 최대 산별노조연합체인 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회장도 "편견과 국내 테러를 용인하는 대통령을 위한 위원회에는 앉아있을 수 없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린지 그래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에 이어 부시 대통령 부자 등 공화당 유력인사들이 나서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들 국내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재계의 비판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드러내서는 안 되는 극우적인 입장을 공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대응은 인종주의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 하고 업계와 협력, 정치권 협치 등을 모두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누구도 못 말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분열과 갈등만 증폭시킨다면 중대한 정치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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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