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불안에도 국회 파행

한국당 전국규모 장외투쟁 예고

2017-09-05 11:16:27 게재

국회 보이콧 '동력' 고민

"여권, 정상화 노력 보여야"

여 "국정감사 들어올 것"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강행한 자유한국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북 핵실험 사태로 인한 국민 관심 분산, 김 사장 자진출두 의사표명 등으로 인한 명분 퇴색 때문에 동력 확보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빼든 칼을 곧바로 집어넣을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출구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정기국회 보이콧 이틀째인 한국당은 5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청, 청와대 항의방문에 이어 전국 규모의 문재인정부 규탄대회를 예고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당의 진정한 노력이 없으면 장외로 갈 수밖에 없다"며 "(투쟁이) 권역·지구당별 규탄대회 형식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주 중으로 계획 중인 국민 보고대회도 각 지구당 당원들이 상경, 대규모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의제 확장도 도모한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도 "장외투쟁이 단순히 (MBC) 한 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종합적인 배경"이라며 "(문 정부가)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언론까지 장악하려는 비민주적인 상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보이콧 동력을 찾을 수가 없다는 고민이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핵실험 때문에 보수층 결집 효과가 반감됐다"며 "남은 것은 태극기(박근혜 전 대통령 추종세력)인데 이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 세 확산을 위해 '태극기 부대'를 전면에 내세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언이다. 다른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참다 참다 장외로 나오다 보니 지금은 강경파의 목소리가 크다"며 "동력은 우리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단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은 이르지만 어떻게든 여당이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맞다"며 "여권이 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보이콧 중단을) 고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공영방송 장악시도 포기조치 약속 및 이행 △인사난맥상 5대 비리 공약 파기 및 독선적 국정운영 사과 △사드배치 완수, 한미동맹 강화, 전술핵 재배치,원자력 잠수함 보유 등을 촉구했다.

여권에서는 한국당이 제풀에 꺾여 조만간 국회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다소 안일하게 보고 있다. 여당 원내핵심관계자는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면서 "추석연휴 밥상 여론까지 고려한 조치로 보이며 실질적으로 야당의 본색을 드러낼 수 있는 추석연휴 국정감사에는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여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에도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국회 보이콧 기조"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상설 협의체 구성에 협조할 것을 야당에 촉구한 것도 안보가 시급하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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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박준규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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