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결국 한국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2017-10-30 11:16:27 게재

북한 핵·미사일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민감한 시기에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달 15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절반은 워싱턴CD, 나머지 절반은 뉴욕에 머물며 미 백악관과 국무부를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의회 인사들, 외곽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 북한 문제와 북미, 북중 관계 등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시각과 속내를 접할 수 있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든 민간 부문 전문가든 워싱턴은 평양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깊은 상태였다.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선언 등 대결과 합의가 반복됐지만, 북한은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고 이제는 핵·미사일 보유를 목표로 질주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조야의 인사들이 회고하는 북핵 문제의 역사는 그만큼 부정적이었다.

이런 까닭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그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의 한결 같았다.

금융 등 경제제재, 외교적 고립 뿐 아니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등 군사적 시위도 아우르는 강력한 압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부나 의회 사이드에선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북미 구도가 아닌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싶어 했다. 아울러 한국의 역할, 한미의 공동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기자들의 미국 방문 시점은 북한이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추가도발이 언제 어떤 방식과 강도로 이뤄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간 '말의 전쟁'이 위험수위를 넘나들던 차라,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타격 등 군사옵션을 북핵 해법으로 선택할지가 한국 국민들로서는 중요한 문제였다.

현지에서 듣고 느낀 점을 종합하면, 미국 조야에서 군사옵션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같은 경우 "군사옵션은 피해야 한다"고 내놓고 못박았을 정도다.

다만,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의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련 인사들은 중국과 북한이 군사옵션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도록 하고 싶어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려하는 듯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조야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상당히 의존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중국이 어느 정도 수위까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조금씩 달랐지만, 지금으로서는 '국제사회 대 북한'의 틀 안에서 중국을 압박해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중국 지렛대론'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기에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란 것이 원칙이나 방향은 될 수 있어도 구체적인 해법은 아니지 않냐,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협상하자'고 나올 경우 대응책이 뭐냐는 질문을 거의 매번 던졌다. 하지만 뾰족한 답을 어디에서도 듣지는 못했다.

한가지 희한한 점은, 정작 백악관이나 국무부, 국방부 등에는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있거나 전문성을 가진 이가 별로 없는 듯 싶었다는 것이다. 방미 기간 내내 많은 인사들을 만나 질문과 토론을 했지만,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정부측 인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을 우려했지만, 그를 제어할 방안도 마땅히 없는 듯 했다. 군사옵션보다는 경제적, 외교적 제재에 현실적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남아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군사옵션 즉, 대 참화를 불러올 게 뻔한 전쟁이 미국의 현실적 선택이 아니라면, 현재의 긴장·대결 국면이 결국에는 근본적으로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 적지 않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자 예측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제대로 타이밍을 포착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창의적 해법으로 관련 당사국을 설득한다면 평화적, 외교적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한국 국민이고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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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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