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④│인터뷰 -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트럼프 행정부, 북한 예방타격 준비 정황없다"

2017-10-30 11:14:33 게재

다음달 초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미중 정상회담 향배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어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사람들로 하여금 북한의 탄도미사일 무기가 미국 대기권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기를 바라는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타격할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에서 (예방타격을) 준비한다는 말도 없다"면서 "예방타격이라는 것은 북한의 능력을 모두 파괴하지 못고 오히려 더 큰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은 "그 위협의 대상이 중국"이라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갖는 리스크를 고려해 외교적 해법으로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개인적으로 외교적 해법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평양의 사고방식을 이해해 위기 고조를 막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접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고방식을 북한에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북미 접촉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효과적인 외교를 위해 대화가 필요하지만 협상을 위해 어떤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그래서 압박과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 교수는 지난 2002년 방북 당시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협상했던 경험도 공개했다.

그는 "2002년 10월 평양에서 강석주와의 (북-미) 협상에 백악관을 대표해 참석했는데 그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대한 핵우산과 (대북) 제재를 끝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 부상은) 한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하도록 (미국이) 압박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북한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꽤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북한은 핵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위협했다"고도 전했다. 그린 교수는 당시 제임스 케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수행해 방북했다.

그린 교수는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에 관여한 전문가로,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소재 CSIS 본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진행된 일문일답.

■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말하는 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 했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나. 중국 뿐 아니라 북한도 믿지 않는다는 게 고위급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은 효과가 없을 듯 한데, 그는 이걸 계속 밀고 나갈까.

동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방법은 중국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배경 때문에 그런 방식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본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인데 이게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신 효과가 있었던 건 9월20일 발표한 금융제재라고 본다. 이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이 겁을 먹었다고 본다. 중국 은행이나 개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이후에 북한 계좌를 폐쇄하는 등 중국이 협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B1B, B2 등 군사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사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보여준다기보다는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인(sign)이기에 중요하다. 핵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해야 한다. 그래서 전략자산 전개는 필요했고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김정은이 미국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알도록 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목표이다.

제재는 효과적이고 수사(레토릭)는 역효과를 부른다. SNS 등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은 오히려 미국을 세계 주요국들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중국이 대북제재에 어느 정도 협조할 것으로 보는지.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을 상당히 제어할 수 있다. (북한이) 이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물질 획득이나 핵 획득을 제어하는 데 효과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이 핵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이건 미국 안보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국이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중국이 돌아서고 있고, 셈법이 바뀔 것이다.

■ 북한의 핵·미사일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만일 완료되면 미국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북 핵·미사일 완성을) 군사적 도구나 외교적 수단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핵무기로 억지하면 되지하고 말하겠지만, 북한은 소련이나 중국 같지 않다. 우리는 북한이 왜 이렇게 해결하려 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이 억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한다고 생각하는 데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미국이 항공모?을 활용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두번째 이유는 김정은은 중국에 의해 흡수를 방지하기 위해, 세번째는 군을 통제하고 쿠데타를 막기 위해서 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네번째로 김정은 체제는 특히 미국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같다. 거래 카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유리창을 깨기 위한 막대기로서 필요한 것이다.

■ 대북 금융제재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최대의 압박과 관여'는 원칙이지 액션 플랜은 아니지 않나.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액션플랜이 있냐고 하면 그건 없다고 본다. (북한이 개발을 완성한 이후) 우리가 무기통제협상을 벌여야 한다고도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도전적이다. 북한 무기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면 이란·시리아와 같이 핵을 갖고 싶어하는 국가들에게 핵확산 장벽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부터 (볼 때) 북한은 합의를 해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긴장이나 두려움이 있다.

(북한에게) 무력이나 도발의 사용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체제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외교적 해법이 작동하기 전에 이걸 다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군 (전략)자산의 배치 등 조치들이 주된 노력이 돼야 할 것이다. 외교적 방법을 배제하자는 게 아니라 일단 우리의 억지력과 신뢰를 회복시켜놔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합의를 할 수 있다.

북한에게 대화해야 하고 외교적 방법을 열어놓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전망이 낮다. 제재나 대화를 위해 군사적 자산 배치하는 것을 종료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년 동안 우리가 취하는 액션플랜이자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나 국회 같은 경우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초조하게 기다리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외교적 해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런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합의를 할 수 있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위 등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공격하고 있지만, 농민들이나 오하이오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상공회의소 모두가 한미FTA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도 인프라는 굳건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대북 경제제재 이외 다른 옵션 없어"
[내일의 눈] 결국 한국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창간기획 -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연재기사]
①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인터뷰│ "평화협정 논의, 비핵화·군사적 긴장완화 촉진할 것" 2017-10-10
②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인터뷰│ "3천년 전쟁사의 교훈, 평화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 2017-10-16
③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외교 국방 통일의 삼위일체로 교집합 최대로 늘려야" 2017-10-23
④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 "트럼프 행정부, 북한 예방타격 준비 정황없다" 2017-10-30
⑤인터뷰│김준형 한동대 교수│ "평화는 현상관리가 아니라 적극 만들어가는 것" 2017-11-06
⑥인터뷰│데이비드 바인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평화협정이나 합의도출하려면 한반도 주한미군 철수해야 2017-11-13
⑦인터뷰-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경제로 남북관계 풀며 북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2017-11-20
⑧인터뷰-이정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부원장│ "남북관계 물꼬 터 '전쟁 안된다' 국제여론 북돋워야" 2017-11-27
⑨진징이 중국 북경대 교수│ "북한 변화시키려면 시장경제 바다에 빠뜨려라"2017-12-04
최종회 - 전문가 좌담│ 전쟁불가론 공식화, 남북교류 물꼬터야 2017-12-11

워싱턴=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공동취재단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