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 ④

국가 브랜드가 없다

2018-01-29 10:39:12 게재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내세울 브랜드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널리 알려야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미국 하면 이노베이션의 나라 또는 기회의 땅, 프랑스는 예술, 이태리는 패션, 독일은 기계, 스위스는 시계, 뉴질랜드는 청정의 나라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국가 브랜드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 나라처럼 확실한 브랜드가 없다. 브랜드는 상거래에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국가 브랜드 역시 국가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중요한 광고 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국가 브랜드가 없다.

우리에게 국가 브랜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지난 정부에서는 'Dynamic Korea'와 'Imagine Your Korea'와 같은 슬로건을 국가 브랜드로 내세웠다. 지난 정부에서는 'CREATIVE KOREA' 라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내놓았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새로운 브랜드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전통과 현대, 유·무형 자산에 담긴 핵심가치를 활용하여 도출된 브랜드라 하였다.

그 새로운 브랜드를 다시 전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유명인사들이 동원되었고 막대한 비용을 아리랑 TV를 비롯하여 CNN, BBC 등에 날려버렸다.

우리에게는 도시 브랜드도 없다. 세계의 저명 도시들은 나름대로의 고유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의 수도 서울은 이렇다 할 도시 브랜드가 없다.

뉴욕은 'I♥NY(아이 러브 뉴욕)' 또는 'BIG APPLE'이고, 시카고는 '윈디 시티(Windy City)'이고, 프랑스 파리는 '예술의 도시'로, 샌프란시스코는 '러브 시티(Love City)'로, 호주 시드니는 '돌고래의 수도'로 통한다. 별명이나 별칭으로 통할 만큼 그 도시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준다.

우리의 수도 서울이 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십 수년전 새 시장이 취임하자 서울시 브랜드로 '하이 서울: Hi Seoul'을 내놓았다. 시장이 두어번 바뀌고 서울시는 다시 새로운 브랜드 'I. SEOUL. U(아이 서울 유)'를 내놓았다.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우리의 국가 브랜드와 서울의 도시 브랜드의 변천과정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한다. 첫째는 브랜드가 그 이미지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브랜드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홍익인간의 숭고한 건국이념을 갖고 세워진 나라로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가 도도히 흐르는 나라이며, GDP 기준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룬 나라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Dynamic Korea'나 'CREATIVE KOREA'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브랜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또한 서울은 육백년 고도를 자랑하는 신구(新舊)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 '하이 서울'이나 '아이 서울 유'가 그런 서울의 이미지를 나타내기엔 너무 천박스럽다.

일개 상품의 브랜드도 그렇게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 그 동안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쌓아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뀌면 도시의 브랜드도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국가 브랜드도 헌신짝처럼 바뀌는 우리의 현실은 브랜드의 의미나 중요성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바뀐다고 도시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정권이 바뀐다고 국가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나 정권에 관계없이 역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보고 싶다.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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