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경기 광명시 '광명동굴·역세권개발' 제8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허허벌판이 쇼핑특구로, 폐광은 관광지로

2018-03-08 10:14:55 게재

대형유통업체·중소상인 상생협력 발판 … KTX 광명역세권 한 해 2천만명 찾아

"역세권 개발을 위해 대형유통업체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광명시가 골목상권보호 대책을 내놓고 대형업체와 중소상인이 맺은 상생협약이 잘 지켜지면서 서로 신뢰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광명동굴 라스코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공룡체험전'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된 공룡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광명시 제공


안경애 광명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광명시의 독창적 상생모델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명지역 중소상인들은 2012년 코스트코 광명점을 시작으로, 이케아, 롯데프리미엄아웃렛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KTX광명역세권에 들어서자 생존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광명시는 중소기업청 등의 지원을 받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수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이케아 등 대형업체별로 중소상인들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영업시간 제한, 주요농산물 등 판매품목 제한, 주차장 조성 등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담았다.

광명시 상생협약의 특징은 중소상인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이득을 취하지 않고 공공분야에 투자해 지역주민과 함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구거리와 재래시장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학교나 전통시장의 지역행사를 돕는 식이다.

최근 광명2동 '가구문화의거리' 주차장에는 시민건강증진센터가 준공됐다. 이케아가 2014년 4월 체결한 상생협약에 따라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사업으로 건립, 시에 기부 채납했다. 이 시설은 어린이와 노약자 등 지역주민에게 개방된다.

안경애 이사장은 "타 지역처럼 상인이나 조합이 기금을 받아 활용하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명지역 중소상인과 대형기업 간 상생협력은 KTX 광명역세권 일대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은 물론 세수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광명의 '상생모델'은 지난해 12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기획평가원으로부터 우수 행정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광명~파리행'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꿈꾸다 = 중소상인과 대형기업 간 상생협력을 발판으로 KTX광명역 일대는 쇼핑·교통특구로 변신했다. 세계 최대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광명점과 이케아 한국 1호점, 롯데프리미엄아웃렛이 개장하면서 한 해 200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연 매출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약 59만여평에 달하는 광명역세권 택지개발지구에는 9744호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된다. 올해 문을 연 도심공항터미널에 이어 앞으로 대형종합병원, 영상미디어 한류문화의 메카가 될 광명미디어아트밸리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광명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큰 꿈을 꾸고 있다. 2015년 말부터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발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지나는 거점·경유도시와 협약을 맺고 교류 중이다. KTX광명역에서 일산대곡~파주문산~도라산역~개성까지 잇는 78.3㎞ 구간의 평화철도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와 평화철도 노선구간에 대한 역세권 분석 공동사업에도 착수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2014년 북한이 중국과 단둥-신의주-평양-개성 간 고속철 협약을 맺었고 도라산역에서 개성공단까지는 철로가 놓여있다"며 "개성공단에서 개성역까지 연결하면 광명~개성 평화철도가 완성되는데 남북화해·평화무드가 계속된다면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폐광의기적 광명동굴' 교과서 실려 = 광명시가 40년 간 버려진 폐광을 동굴테마파크로 만든 '광명동굴'은 수도권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올해 누적 유료관광객이 벌써 10만명을 돌파했다. 광명동굴 유료관광객은 3월 4일 현재 10만643명. 지난해 같은 기간 9만4923명보다 5720명(6%) 늘었다. 광명동굴은 2015년 4월 4일 유료로 개장한 뒤 10개월 만에 100만명이 찾았다. 현재까지 누적 유료관광객은 368만명에 달한다. 광명시는 올해 유료관광객 150만명, 세외수입 100억원, 일자리 500개 창출을 목표로 정했다.

'광명동굴'은 지난해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도 실렸다. 금성사가 펴낸 중학교 2학년 사회교과서 2권 11단원 '세계화 속의 지역화 전략'에서 지역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충남 보령 머드축제 등과 함께 소개됐다. 지난해 말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융·복합관광자원 부문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대적인 성과도 적지 않다. 광명시는 광명동굴에서 전국 20여개 지역에서 만든 100여종의 와인을 전시·판매해 침체된 와인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년간 광명동굴 라스코전시관 등에 도서벽지 등 전국의 문화소외지역 청소년 6000여명을 초청해 '문화민주화' 사업도 추진했다. 지난달 28일 광명문화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전 국가개혁장관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광명시 '문화민주화'를 경기도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광명시 공무원과 시민들의 도움으로 버려진 폐광을 동굴테마파크로, 허허벌판이던 KTX 광명역세권을 쇼핑특구로 변모시키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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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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