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서울 강동구 '건강100세상담센터' 제7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동마다 '작은 보건소' 간호사가 주치의

2018-03-14 10:20:17 게재

지역사회 연계 맞춤형 돌봄, 만성질환 예방관리

건강교실 이수하고 동아리서 '100세 운동' 실천

"모든 정책에 건강 적용" 도시설계 지침도 마련

"5~6년은 했나 봐요. 근육이 풀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요." "운동하면서 친목도모 하는 거죠.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서울 강동구가 동주민센터마다 작은 보건소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만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해식 구청장이 명일1동 건강동아리 주민들과 함께 100세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서울 강동구에 사는 홍순기(72·암사2동)씨와 노인숙(64·암사1동)씨. 6년 전만 해도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나이를 뛰어넘은 '절친'이 됐다. 암사2동에서 진행하는 운동교실을 3개월 수강한 뒤 건강동아리에 참여, 매주 두차례 이상 '100세 운동'을 하면서다. 홍씨와 노씨는 "3개월에 한번씩 간호사가 혈당 혈액 기본검사를 하고 운동하는 모습도 지켜본다"며 "강동구는 건강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사증후군 조기 발견, 생존율↑= 강동구 '건강 100세 상담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일상 속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주민들이 찾기 편한 동주민센터에 간호사가 상주하는 작은 보건소를 마련하고 만성질환을 사전에 예방·관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가운데 80%는 적절한 관리정책만 있으면 충분히 더 생존할 수 있다며 공공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한 참이었다.

동주민센터에 상주하는 간호사 주치의는 복부둘레 혈압 혈당 중성지방 고밀도콜레스테롤 검사를 통해 대사증후군을 조기에 발견·관리하도록 돕는다. 보건소 민간병원 건강보험공단 등 지역 내 각 기관들이 긴밀히 협조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양·운동교육을 통해 위험요인을 줄여간다. 이웃과 함께 하는 건강동아리는 건강교실을 이수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회원 30~40명이 운동사가 미리 녹음해둔 목소리를 따라 한시간 가량 간단하지만 필수적인 운동을 하는 형태다.

천호1동을 시작으로 2013년 고덕1동까지 18개 동 전체에 상담센터가 들어섰다. 2012년에는 건강100세 상담센터 설치·운영 조례와 주민참여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센터마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29.1명, 6개월간 관리를 받은 주민 18.1%는 중성지방이 개선됐고 혈압과 혈당 수치가 개선된 주민은 각각 15%가 넘었다.

지난해 말 기준 20세 이상 강동구 주민 31만8574명 가운데 28%에 달하는 8만9079명이 상담센터에 등록했다. 주민들은 여러 건강동아리를 꾸려 나와 이웃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 건강을 챙기고 있다. 운동과 건강을 주제로 한 동아리 각각 30개와 22개 등 총 58개 동아리에서 1172명이 활동 중이다. 정영옥 암사2동장은 "주민들은 건강100세 상담센터가 병원보다 낫다고 한다"며 "간호사가 하루 휴가라도 가면 다음날은 민원실 밖까지 줄을 설 정도"라고 전했다. 건강동아리도 진행할 공간이 부족해 더 확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는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만성질환 주민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1차의료 사업'을 진행한다. 간호사 영양사 운동사 등 전문인력을 활용, 식이 영양 등 체계적 상담과 교육을 하는 형태다.

건강-도시환경 상관관계, 도시설계에 적용 = 주민 스스로 자기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돕는 건강100세 상담센터는 서울시 대사증후군 사업과 국가 건강증진 통합서비스 밑바탕이 됐다. 서울시 전 자치구를 비롯해 경기 성남, 경남 진주 김해 등 지자체는 물론 일본 영국 호주 중국 등 해외 기관에서 현장방문이 줄을 잇는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뛰어난 만성질환 관리 체계'로 소개하기도 했다.

강동구는 건강100세 상담센터 성공을 토대로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한 '건강도시' 개념을 앞서 받아들였고 '모든 정책에 건강을 반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건강문제 보건소와 생활체육 영역만으로 제한되게 생각하기 십상"이라며 "직원과 직원, 부서와 부서간 칸막이를 허무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담당부서를 기획경영과로 바꾸고 34개 부서에서 추진하는 120개 사업을 중심으로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건강도시추진단을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건강도시 정책·사업을 공유했다.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한 '움직이는 교실, 건강한 학교', 건강한 아파트 만들기나 우리동네 걷기 신호등같은 주민밀착형 건강관리체계 등이 대표적 성과물이다. 특히 지역별 주민 건강실태와 도시 물리환경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건강과 연관성이 있는 요소를 도시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건강도시 실현을 위한 도시설계 지침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해식 구청장은 "국내 첫 사례"라며 "물리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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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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