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무시하는 담양군에 철퇴내려야"

2019-01-18 11:25:40 게재

"담양프로방스사업 중대한 하자로 무효되자 편법 재추진" 또 다시 힘겨운 2차 소송 … "공익 가장한 부동산투기일 뿐"

대법원은 지난 2017년 7월 담양메타프로방스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업시행자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유원지 조성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상가조성을 위한 토지분양사업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 판결이후 수용토지가 원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사업은 편법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 정운채(71)씨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게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사법시스템을 망치고 있는 담양군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 기획관 출신으로 담양군수와 전라남도지사(토지수용위원장)가 민간사업자에게 부여한 부당한 수용에 맞서 대법원의 토지수용 무효확정 판결을 이끌어내고, 지금까지 10년째 싸우고 있는 정운채씨를 16일 인터뷰했다.

정운채씨는 30여년간 국가·지방공무원으로 근무했고, 광주광역시 박물관장을 끝으로 2009년 옷을 벗었다. 친어머니와 다름없는 당숙모 땅이 수용당하자 그를 대리해 10년째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다. 장병호 기자

■ 2017년 대법원 판결을 간략히 소개 해달라.

당시 대법원 보도자료를 보면 잘 나온다. 판결은 두가지를 지적했다. 토지소유 요건과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시행자 지정처분이 무효여서, 그에 터잡은 실시계획 인가처분과 토지수용재결까지도 모두 당연무효라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유원지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실시계획이 그 내용 자체로 유원지 조성과는 거리가 먼, 펜션·상가·음식점 조성을 위한 토지분양사업에 불과해 국토계획법상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민간의 이윤동기에 맡겨도 공급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리성이 강한 시설이라면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이 공익사업을 가장한 사인을 위한 영리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용된 토지를 돌려받았나.

아니다. 담양군수가 전라남도지사의 묵인 지원하에 편법 탈법으로 사업을 그대로 재추진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법치국가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사법과 행정 시스템을 깔아 뭉개고 깨버린 담양군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 토지수용과 사업계획이 모두 무효가 됐는데 어떻게 다시 추진하나.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자격이 안되니까, 자신들이 수용해 팔아버린 땅을 산 사람들 28명을 포함 29명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재지정해서 추진하고 있다. 수용이 무효이고, 토지분양사업은 안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는데, 수용후 판매한 토지 매입자 28명을 포함하여 공동사업시행자로 해서 토지소유 요건 2/3를 맞춘 것이다. 공익사업을 가장한 사익사업에 불과한 토지분양사업을 재추진하는 것 역시 중대 명백한 위법이다. 이런 편법과 탈법이 허용된다면 사업시행자의 토지소유 요건을 법에 규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공익사업을 위한 수용권이 사익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소송을 하고 있다.

■ 소송 결과는 어떤가.

효력정지신청은 1심에서 이겼지만, 재판부가 바뀌면서 본안소송은 졌다. 1차 소송 때도 1심은 졌었다. 담양군측이 국무총리를 역임한 대법관 출신 2인 등 10여명의 변호사를 내세웠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내가 이겼다. 이제 나이 70살이 넘었다. 자식들이 그만하라고 하지만 불의에 눈감지 못해 온 터라 끝까지 할거다. 광주 민변 김상훈 변호사께 공익소송차원으로 억지로 떠넘기고 있다.

■ 이 사업을 지방정부 적폐사업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사업을 보면 1단계와 3단계는 국민세금 392억을 투입하여 유원지 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션, 상가, 음식점 임대 분양사업만을 따로 떼어내 묶어서 민간한테 줬다. 민간이 할 수도 있지만 수용이 아닌 시가로 토지를 매입해 추진하면 된다. 민간 수익사업에 왜 수용권을 주나. 장사를 위한 개인업자에게 수용권을 준다면 그건 부동산투기지 공익사업이 아니다. 아주 고도의 지능적인 지방정부와 민이 유착된 생활적폐가 아니고 뭐냐.

■ 유원지 조성으로 좋아진 측면은 없나.

아니다. 펜션, 상가, 음식점 등을 당초계획보다 20배 폭증시켜 분양한 결과 공급과잉이 됐다. 입주업체가 그만큼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됐고,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질 역시 그만큼 떨어질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그만큼 장애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모두가 손해를 볼뿐이고 이익을 본 자는 공익사업을 가장한 부동산투기 사기사업자뿐이다.

■ 일부 주민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고 하던데.

담양군수와 담양군의회 의원들과 이장, 바르게살기운동 협의회 회원, 재경담양향우회 회원 등 9개 단체 882명이, 사업이 빨리 진행되게 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하지만 지난번 대법원 판결전에도 담양군민 6000여명이 탄원서를 내고도 무효판정이 났다. 이건 탄원서 문제가 아니다. 만약 이 사건이 적법하다고 판정되면 전국적으로 만연한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제왕적 권한행사는 더욱 탄력을 받아, 담양메타프로방스사업과 유사한 불법탈법이 만연해질 것이다. 남용된 권력은 결국 인간과 사회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도 '개발이익이 배제된 가격으로 수용한 토지를 처분 상대방이나 처분조건 등에 관한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매각해 차익을 얻을 수 있게했다'고 지적했다.

■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영미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이 제도가 있었다면, 사업시행자와 담양군은 수조원의 배상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게 없으니 반칙하다 걸려도 다시 반칙을 하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 있는 총과 칼을 줘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이나 강자들과 더불어 정의롭고 공정하게 사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의 수익사업에 수용권을 주는 법이 문제 아닌가.

물론이다. 법에서는 유원지를 도시기반시설로 규정해 공익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겉으로 유원지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내용상으로는 부동산투기를 했다. 법을 교묘하게 편법으로 악용한 것이다. 이 사업이 과연 공익성이 있는 사업인지 찬반 양쪽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거나 검증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 이것도 개선해야 한다.

담양 메타프로방스 조성사업이란
2007년 행정자치부 보조금 지원사업인 소도읍 육성사업으로 선정돼 시작됐다. 당시 전남도지사는 담양 메타세쿼이어길 주변 면적 32만여㎡를 사업부지로 지정했다. 최형식 담양군수는 당초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려다 실패하자, 사업구역을 3단계로 나눴다.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는 1단계와 숲광장 등을 조성하는 3단계는 담양군이 직접 시행하고, 관광호텔, 펜션, 상가 등을 조성하는 2단계는 민간사업으로 추진했다.

담양군은 2012년 10월 디자인프로방스란 민간기업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토지의 2/3(66.7%)를 소유해야 하는 사업시행자 요건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담양군은 지정을 강행했다.

토지를 수용당한 박 모씨 등이 토지수용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7년 7월 최종적으로 토지수용과 사업시행인가 무효판결을 했다. 하지만 담양군은 이후 해당 사업시행자와 수용후 판매한 토지 매입자 28명 등 총 29명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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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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