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일 변호사의 법률산책 (1)

상속포기 취소할 수 있을까

2019-04-17 10:39:06 게재
박범일 법률사무소 글로벌

A는 결혼 후 2015년 1월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런데 2018년 2월 10일 한국에 계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빚이 많아서 상속을 포기하지 않으면 후에 빚을 갚아야 되니 상속을 포기하라”는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한국으로 상속포기서를 보내줬다.

그런데 최근 A는 “가족 모두가 상속포기를 한 것이 아니라 2018년 3월 20일 A의 상속포기서만 제출됐고, 아버지의 채무는 1억원 밖에 없어서 가족들이 다 갚았다”는 말을 자신의 남동생에게 들었다.

가족들이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시가 2억4000만원 상당의 아파트엔 어머니와 남동생이 살고 있다.

A씨는 속아서 한 상속포기를 취소하고 자신의 상속분을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주장해 찾아올 수 있을까?

민법상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상 모든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 받으므로 피상속인의 채무까지 변제할 의무가 있다.

만약 상속받을 재산보다 피상속인의 채무가 더 많을 경우 상속인들은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라는 제도를 이용해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지는 제도다. 상속포기는 아예 상속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상속개시(사망 또는 실종선고 등)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다.

위 사례처럼 공동상속인 중 일부에게 속거나, 피상속인의 채무보다 상속재산이 더 많음에도 상속포기 후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구제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상속포기는 취소할 수 없다.

다만, 민법상 착오, 사기, 강박 등 일정한 취소 사유가 있는 경우에 취소가 가능하며, 이 경우도 포기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경우에는 시효의 경과로 취소가 불가능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A는 어머니의 말에 속아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집 2억4000만원에서 어머니가 갚은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4000만원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 4000만원을 주장해 찾아오는 방법이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A가 어머니에게 속아 상속을 포기한 것이 취소사유가 될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는 상속포기서가 2018년 3월 20일에 제출됐기 때문에 이미 1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A는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상속개시 후 3개월 내 피상속인의 재산상황과 채무를 상속인들 간에 긴밀히 협의, 검토해 착오가 없도록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범일 변호사의 법률산책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