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비준각본에 야당 초반부터 반발

2019-08-29 12:51:55 게재

김대중 "방학중 비준"비판

본회의에서 통과된 '한일간 조약과 제협정 비준동의안 심사특위'가 당일 곧바로 위원장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한 첫 회의가 열렸다. 1965년 7월 31일이었다. 토요일 오전 11시30분에 연 첫 회의는 나이가 많은 이창래 의원이 임시위원장으로 단상에 올랐다.

여당의 김창근 의원은 "우리 공화당으로서는 이미 위원장후보를 선임해 놓고 여기서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고 할 것 같으면 단 1분도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선임'에 야당이 크게 반발했다. 야당의 한통숙 의원은 "위원장은 공화당에서 이미 상의를 했고 아주 위원장은 공화당이다 하는 인상을 갖게 말씀하셨는데 미리 작정을 지으시고 그것이 기정사실로 된 모양이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회의는 8월2일 월요일 오후 1시30분에 시작했다. 재선의 김대중 의원은 야당소속으로 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위원장 한분이 날치기 사회를 해버리거나 하면 야당으로서는 중대한 곤경에 들어가고 또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김재광 의원 "요식행위다"며 "먼저 우리가 요구하는 앞으로 회의분위기 또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여건 또는 제한 없는 질문이나 토론에 대해서 이것이 완전한 보장이 선행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석간신문의 "어떤 사람이 질의도 안하고 대체토론도 생략하고 본회의로 넘기겠다 하는 이런 얘기를 했다"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김재광 의원은 "만일에 지금 28인이라고 하는 위원회에서 17명이라고 하는 다수를 가진 여러분이 질의에 대한 종결도 할 수 있고 토론에 대한 종결도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며 "공화당의 원내대변인이라는 사람 김재순 의원의 지상발언만 보더라도 시끄러운 질의 등을 다 집어치우고 또는 토론마저도 생략하고 본회의에 직접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만상 위원 "오늘 공화당의 원내대변인이 그와 같은 예기를 했는가 하면 바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위원장자리를 중심으로 한 좌석배정을 여러분 한번 보라"며 "인간 바리케이트를 미리 지금 싸아놓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표결 결과 27명중 18표를 얻은 공화당 민관식 의원이 위원장에 당선됐다.

8월 3일 오후 54시40분엔 3회 회의가 열렸다. 야당의 의사진행발언을 무시하고 국무총리의 인사와 외무부장관의 제안설명이 이어졌다.

김재광 의원 "공화당 여러분은 요새 작전참모본부를 설치하고 관계특별위원 여러분들이 거기서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를 지상을 통해서 보았다"며 "여러분은 그렇게 주도면밀한 설계와 계획과 또한 거기에 대한 지식을 얻었는지 모르나 우리는 이제 유인물을 받은 것이 불과 10분전에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의원은 "김동원 외무부장관이 지난 번 일본에 가기전에 학생들이 방학하는 동안에 비준을 해치우는 따위의 정정당당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학생들의 방학이 한참인 이 시기에 여기에 비준동의안을 내놓았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거짓말한 것"이라며 "적어도 연구하고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고 또한 앞으로 연구검토하는 데 있어서 정부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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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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