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일 변호사의 법률산책(6)

우리 법원 판결로 중국 재산 강제집행 가능할까

2019-09-04 11:40:50 게재
박범일 법률사무소 글로벌

외국에 사는 사람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우리나라 법원에서 받은 승소판결로 그 사람의 외국에 소유하는 재산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3월 25일 중국에서 우리나라 판결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처음으로 인정한 재판 사례가 나왔다.

A씨는 B씨에게 빌려준 돈 8000만원을 받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A씨는 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을 하려고 했지만, B씨가 한국에 없었고 재산도 대부분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B씨가 거주하는 중국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수원지법 판결의 승인과 집행력 부여를 청구했는데, 중국 법원이 지난 3월 25일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우리나라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고 중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B씨에 대해 강제집행력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상호 판결의 효력과 집행력을 인정하기로 하는 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상호주의(호혜주의)에 의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양국 법률사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상호주의란 국가간에 등가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외교의 기본적인 원리다. 우리나라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4조에도 "사법공조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사법공조를 촉탁하는 외국법원이 속하는 국가가 동일 또는 유사한 사항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사법공조 촉탁에 응한다는 보증을 한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를 규정한다.

중국이 외국법원의 판결을 승인한 사례는 매우 드물며, 과거 사례를 보면, 2016년 12월 9일 싱가포르 판결, 2017년 6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 허가 사례 정도 뿐이다.

중국 법원이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우리나라 법원이 과거 20여년전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중국공상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대금 청구소송에서 중국 법원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고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던 사건이 작용했다.

중국 칭타오시 중급인민법원은 "과거 한국 법원이 산둥성 웨이팡시 중국인민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했다"며 "호혜원칙에 따라 한국 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도 효력에 대한 인정과 집행의 조건에 부합되고, 한국 법원이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국가주권·안전·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기에 판결 효력 인정은 물론 이를 근거로 한 집행도 가능하다"라고 판단했다.

중국의 A씨에 대한 판단에 따라 A씨의 사례처럼 배상의무자가 외국에 거주하면서 외국에만 재산이 있는 경우 국내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아도 막상 강제집행을 못하여 무용지물로 되지 않는 방향으로 폐쇄적인 법원도 전향적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의 민사 및 형사 사법공조 등 국제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물론 그 외 다른 여러 국가와의 사법 협력관계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박범일 변호사의 법률산책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