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24) 의원정수 늘리기

175명에서 300명까지 늘려 … 국민 지탄에도 여야합의로

2019-11-07 12:33:07 게재

IMF 이후 국민지탄에 밀려 2000년에 273석으로 26석 줄이기도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때 대폭 축소 이후 꾸준히 늘려와

"현역 국회의원 밥그릇을 지키기 …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

2004년 3월 9일. 17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본희의장은 이른 봄인데도 싸늘한 냉기와 함께 긴장감이 돌았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제246회 본회의장에서 먼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사국에 전달돼 공식 발의됐다고 알렸다. 김근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탄핵안에 동조하는 것은 불의와 타협하는 일"이라며 "의원 여러분들의 정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곧바로 의원수를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재오 의원은 "1년여 우여곡절 끝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겨우 정치관계 3법에 대해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며 "정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저로서도 사실 의원 정수는 273명으로 동결한다고 하는 것이 제 소신이었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개인의 소신보다 여야 합의로 이뤄진 안에 대해서는 존중할 주로 알아야 된다고 하는 것을 저는 이번 정개특위에서 배웠다"고도 했다.

선거법 개혁안 실무 논의│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에서 선거법 개혁안을 위한 실무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정세균 의원은 "국가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신상발언을 하게 되어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선거 관계법은 합의된 대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 아래 다른 것은 몰라도 선거관계법은 항상 여야 숫자에 관계없이 각 정파가 합의해서 처리해왔다"며 "지난 3월2일 밤 11시16분에 갑자기 수정안을 제출한 것은 국회의 관행이나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의원정수를 26명 확대하는 안은 169명 중 116명이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대는 31명, 기권은 22명이었다.

그 해 4월엔 17대 총선이 치러졌고 18대까지 299명을 유지했다. 19대 국회에서는 1석의 의원수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 "1석 증원" 53%만 찬성 = 2012년 2월 27일 본회의는 박희태 의장의 사임건을 통과시키면서 시작했다. 박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에 사임의사를 밝혔다.

정치개혁특별위원장대리인 주성영 의원은 "최소 선거구와 최대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가 헌법재판소가 허용한 3대 1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선거구를 조정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선거구 조정에 따라서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246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수는 54인으로 하고 19대 국회에 한하여 세종특별자치시 선거구가 신설되는 점을 감안하여 국회의원 정수를 300인으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양승조 의원은 "18대 국회를 한번 되돌아보라"며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 성찰해 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18대 국회를 날치기 국회, 폭력 국회, 막말 국회라고 부르고 있다"며 "18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 유종의 미를 가둬야 할 텐데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오만인 밥그릇 국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안은 아무런 원칙도, 아무런 기준도 없는 나눠먹기이며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고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국민들께서 비판하고 있다"며 "이런 치욕적인 국민적 비판을 우리가 18대 국회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받아들여야 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일례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8개 선거구를 분구해 5개 선거구로 통합하는 안을 제시한 게 무시된 이유를 '게리맨더링'이라고 단정했다. "줄여야 하는 5개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4명은 새누리당이고 1명은 민주당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선거구획적위가 내놓은 8개의 선거구를 분구할 수 없었다"고 봤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난투극까지 벌였다고 비판할 뿐 아니라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고 비아냥대고 있다"고도 했다.

'1명 증원안'은 결국 174명 중 92명만 찬성했으며 반대는 39명, 기권은 43명에 달했다. 찬성률이 52.9%에 그쳤다.

의원수를 299명에서 273명으로 줄였던 2000년 2월8일. 새천년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먼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중 개정법률안 제안설명에 나섰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심도있게 논의해 제안한 의견을 수용했다"며 "기준시점을 가장 최근 통계인 1999년12월말일로 하고 인구기준을 하한 9만명, 상한 35만명으로 하여 하한미달 선거구는 통합하고 상한초과 선거구는 이를 분구하며 도농복합시 선거구의 예외규정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등 원칙에 입각해 종래의 253개 선거구에서 26개가 줄어든 227개 선거구로 개편했으며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의 전국구 국회의원정수대로 해서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273명으로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우리당이 제출한 수정안은 인구 상하한선을 9만에서 31만으로 하여 지역구 국회의원을 현행 253명에서 243명으로 10명 감축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현행 46명에서 40명으로 6명 줄여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모두 16명 감축한 283인으로 했다"며 "이는 의석수를 감축하자는 국민들의 여망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촌지역을 지나치게 희생시키는 문제가 발생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지역구 감축폭을 줄이고 "현실적으로 정당보스에 의해 임명되는 지명직 국회의원에 불과한 비례대표 이석을 줄이는 ??이 보다 더 민주적인 해결방안"이라고도 했다.

◆ 감축땐 여야 합의없이 표결로 =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제각각 선거구획정안과 의원정수 변경안을 제출한 셈이다. 정의화 의원은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라며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임하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차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간 합의가 무산돼 표대결로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것은 앞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권이 스스로 문제를 풀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국당안은 282명 중 찬성 128명, 반대 154명으로 부결됐다. 결국 의원정수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회의원수는 제헌국회 200명에서 6대에 175명으로 줄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13대에 299명까지 확대했으며 19대에서 300명으로 늘어났다. 헌법에서 200명이상으로 규정, 300명까지 증원할 경우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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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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