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에 여행제한 카드 빼들어

2020-03-02 11:26:20 게재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한국, 이란, 이탈리아를 강타하고 미국도 첫 사망자 발생과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 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이 2월 29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자국민 여행제한조치를 강화했다. 미국은 대구에 한해 국무부의 여행경보를 최고인 4단계 '여행금지'를 부과했다. 대신 한국전체에 대해서는 3단계 '여행재고'를 유지했다. 한국 전체를 위험국가로 격상시키지는 않은 대신 감염사태가 악화된 대구에 한해 여행금지를 권고했다.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대구에 4단계 '여행 금지' = 국무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 오는 미국방문객들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는 아니고 자국민들의 한국 여행은 재고토록 유지하고 대구에는 여행하지 말라고 여행금지를 강하게 권고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 대책을 총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CDC(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 지휘부 등과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후 새로운 국무부의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은 이날 한국과 함께 코로나19사태가 악화된 이란과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여행제한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두지역에 한해 대구와 같이 여행하지 말라는 여행금지 경보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 이후 국무부는 웹사이트에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4단계 경보지역으로 대구를 특정하고 대구에서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수준이고 격리절차를 시행하고 있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다만 한국 전체에 대한 국가별 여행경보는 사흘 전에 발령했던 것과 같이 여행을 재고하라는 3단계 경보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탈리아도 국가 자체는 3단계로 유지하되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을 여행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산한 밀라노 쇼핑몰 |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이탈리아 밀라노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거 찾는 쇼핑몰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2세 갈레리아가 2월 26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 컨퍼런스 행사 연설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여행경보를 최고단계로 격상한 조치를 설명하며 "아주 심하게 감염된 곳이 양국에 각각 2곳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무부가 이탈리아 2곳의 지역에 여행금지를 권고한데 반해 한국은 대구 1곳뿐인 것과는 차이나는 언급인데 한국에서 추가로 자국민 여행금지 권고령이 내려질 지역이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체류자 미국입국 제한은 아직 = 미국이 비록 한국 전체에 대해선 여행재고령을, 대구에 대해선 여행금지령을 발령했지만 이는 미국인들에게 권고한 것이며 자국민 미국출국을 강제로 막는 조치는 아니다.

더욱이 미국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시키는 조치와는 별개이다.

한국 체류자들의 미국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시키는 조치는 아직 취해진 게 아니다. 물론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더 악화되면 미국입국까지 제한하는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미국이 현재 미국입국까지 금지시키고 있는 국가들은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과 최근 사망자들이 급격 하게 늘어난 이란 등 2개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2개국 출신이나 방문객들을 무조건 막는 게 아니라 중국과 이란에 체류한지 14일이 지난지 않은 경우에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이 경과되지 않은 중국 체류자들 미국입국 금지를 1월 31일부터 전격 시행하기 시작한데 이어 이란에 체류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들의 미국입국을 2월 29일부터 금지하고 나섰다. 미국정부가 미국입국까지 제한하려 할 경우 국무부의 자국민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한국전체에 대한 여행금지령으로 격상될지, 그에 맞춰 한국을 출발하는 14일이 지나지 않은 한국체류자들의 미국입국까지 금지하는 초강경 카드까지 빼들지 예의 주시된다.


로이터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시행한 입국금지 조치를 한국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고 전해 한국의 감염사태 악화시 미국입국 금지 조치까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발 미국방문객 출입국시 검역 강화 = 한국을 출발해 미국에 오는 사람들은 미국입국이 제한되거나 금지되지는 않지만 출입국시 보다 강화된 검역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개인들 의료 검사를 조율하기 위해 국무부가 양국과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발 미국행 여행객에 대해 한층 까다로운 출국 전 검사와 입국시 강화된 검역이 진행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미 워싱턴 덜레스, 뉴욕 존 에프 케네디, 로스앤젤레스 공항 등 CDC의 격리시설이 있는 20곳의 국제공항에서 강화된 발열검사 등 강화된 의료검사와 정밀 검역을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오는 미국방문객들에 대해 보다 철저해진 검역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심한 중국과 쿠르즈 유람선에서 돌아오는 미국시민권자와 영주권들은 이미 14일이 안됐으면 미국입국이 금지되고 있고 14일이 지났으면 정밀 의료검사와 검역이 시행되는 11곳의 국제공항으로만 입국이 허용되고 있는데 대도시 국제공항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 때문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은 2차 검역에 걸려 수 시간 동안 곤욕을 치를수도 있고 자칫하면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테스트 받고 격리조치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최초 사망자 발생 =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미국에서도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고 지역전파가 우려되는 환자들도 3명으로 늘어나 우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서부 워싱턴 주 시애틀 근교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해 코로나19에 의한 미국내 첫 사망자로 보고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토요일 낮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여행제한조치를 발표하면서 다급한 움직임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미국 내 첫번째 사망자는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커클랜드의 한 병원에서 건강이 좋지 않았던 50대 남성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역전파 의심 환자들도 캘리포니아에서만 3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서부 워싱턴주와 오레건, 캘리포니아 등 3개주가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워 급속 확산될 수 있는 지역사회 전파일 가능성에 초비상을 걸고 있다. 이 환자들 3명은 코로나 발생지역을 방문한 적도 없으며 방문했던 여행자들과 접촉한 사실도 없기 때문에 미확인 감염경로로 분류되며 지역전파가 본격화될 징후로 우려된다.

미국내 확진자들도 2월의 마지막 날 5명이 늘어 70명으로 증가했다. 미국내 감염 확진자들은 24명이고 일본에서 대피시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유람선과 중국 우한 대피자 중 감염자 47명을 합해 확진 70명과 사망 1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인 사망자들은 2월초 중국 우한 병원에서 숨진 미국시민권자 1명에 이어 미국 내 첫 사망자 등 2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는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CDC를 비롯한 공중 보건 당국은 대유행하는 팬데믹이 임박해 지고 있어 환자와 인명피해 숫자가 곧 대폭 증가할 것으로 경고해 놓고 있다.

◆코로나19 '매우 위험' 경보 격상 = 세계보건기구(WHO)는 28일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정도를 최고로 높은 'Very High' 수준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매우 높은 위험수준은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는 뜻이어서 각국이 최악의 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WHO는 강조했다.

코로나19에 의해 지구촌에서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이 3000명, 확진자들은 8만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은 한국보다 이란과 이탈리아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은 사망자들이 43명으로 늘어나 중국 이외에서는 가장 많고 590여명 확진됐다. 이탈리아에서는 29명이 사망하고 1100명 이상으로 확진자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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