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충격 오면 은행도 안전지대 아니다

2020-03-23 11:46:59 게재

성장률 -1.6%, 주식 -38.5%, 환율 +33.0% 현실화 가능성 … "금융위기 때보다 위험"

한은 스트레스테스트 주목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엄습하는 가운데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는 금융과 실물경제의 전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해마다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하는 '금융안정보고서'는 최악의 경제상황을 가정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점검하는 이른바 '스트레스테스트'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복원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대외충격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다만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약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으로 시스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수준의 충격과 관련해서는 그 기준을 △2020년 경제성장률 -1.6% △주식시장 전 고점 대비 38.5% 하락 △환율 33.0% 상승 등으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이 정도 상황이 와도 제2금융권 등은 불안할 수 있지만 은행은 여전히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다는 예측이 잇따라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IMF금융위기를,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언급하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만 살펴봐도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온다.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무의미할 정도가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1분기 우리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전체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0%로 잡았다.

주식시장은 이미 한은이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 들어왔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23일 오전 147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인 지난 1월22일의 2267.25에 비해서 35.1% 이상 추락한 것이다. 최근 3년내 전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하락폭은 40%를 넘어선다. 환율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던 2014년 7월의 달러당 1007.00원에 비하면 지난 20일 1296.00원까지 치솟아 30% 가까이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개별 지수로는 한은이 상정한 최악의 북합충격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셈"이라며 "그나마 2008년 위기 때는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로 철저히 준비된 상황에서 위기에 대한 방어력이 있었지만 이번 위기는 출발이 다르기 때문에 충격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은행의 자본적정성이나 유동성 등은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9일 국내은행의 2019년말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5%로 전년말 대비 0.16%p 하락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은행과 지주회사가 규제비율 대비 여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내외 충격 발생시에도 상당 수준까지 감내가 가능하다"며 "향후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돼 은행의 손실흡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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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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