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역량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2020-04-01 11:02:45 게재

시도교육청에 3242억원 지원 … 수능은 2주 연기 '12월 3일'

#경북 청송 부남초중학교(초중 통합학교)는 전교생이 28명인 미니 학교다.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을 한지 한 달이 지났다. 학생들을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격 학습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지난 학기까지 e학습터,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했다는 것에 착안해 온라인 학습 지원을 시작했다. e학습터, 디지털교과서는 회원가입 없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콘텐츠다. 지난 겨울방학에 학생들은 태블릿 PC를 대여해 사용하면서 온라인 학습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생들간 소통의 장이 만들어졌다. 교사들은 온라인 학급방 운영으로 일일 학습과제 및 생활지도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4월 9일 온라인 개학 준비하는 교사│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내달 9일부터 고3·중3 학생들을 시작으로 단계적 원격수업을 토대로 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온라인 개학을 위해 원격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머지 학년은 4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e학습터는 학기 초에 있을 교과진단평가에 대비해 이전 학년 내용을 복습하도록 학습 콘텐츠를 운영한다. 디지털교과서 역시 새 학년 학습 내용에 흥미를 느끼도록 동영상, 실감형 콘텐츠 위주로 구성됐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은 초등 6학년 내용을 복습하면서 학습 공백을 막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교과목 핵심 개념을 학습하도록 초·중 합동 학습 전략도 운용한다. 학교 밴드 활용 방안도 소통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매일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는 지원시스템을 편성했다. 김영도 부남초중 교장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교원들의 역량 강화로 사교육에 대한 우려나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학연기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 학교 교원 역량에 따라 온라인 학습 차이 커 = 교육부가 31일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수업에 따른 교육격차다. 온라인 수업의 준비정도에 따라 교육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교육부는 9일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 1~3학년은 20일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무기한 휴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맞벌이 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돌봄 시스템을 늘리고 돌봄 질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는 "지역과 학교 상황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정규출석 수업을 탄력적으로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과 등교 병행이 가능한 시점을 4월 말쯤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등 소강상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애초 일정보다 2주 연기한 12월3일에 치르게 됐다.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도 8월31일에서 9월16일로 조정했다.

온라인 개학에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3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육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책 없는 논평에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학교와 학생이 온라인 수업의 질을 어떻게 높여나갈지에 대한 의견보다 우려의 목소리만 높인다는 것. 일부 학부모 단체들은 시도교육청이 나서 신속하게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이 있는 학교, 학생, 가정의 와이파이 실태나 단말기 지원 등을 파악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라인 수업은 대학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교사나 대학 교수들의 '운용역량'에 따라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학교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오늘부터 교원 자체 연수, 플랫폼 선정 등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도록 했다. 원격수업에 쓸 플랫폼과 콘텐츠는 학교별·교사별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개학 후 2일 동안은 교사와 학생들이 원격수업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적응기간으로 삼았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혼란과 교육공백, 지역간 격차는 날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 지원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청 학교나 교원들의 온라인 수업 준비와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온라인 수업 시스템 구축과 마스크 준비, 방역 등 코로나19 대비를 위한 재난 특별교부금 (재해특교) 3242억원을 이미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e)학습터나 EBS 서버 확보를 위해 140억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별도로 지급한 상태다.

교육부는 31일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만들고 원격수업 공백을 최소화 하고 현장 안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개학까지 남은 9일을 원격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우선, 이(e)학습터·온라인클래스 등 원격수업 시스템을 점검하고 순회교육 등 지원에 나선다. 특히 전국 490곳에 달하는 원격수업 시범학교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감염병 장기화에 대비하고 미래 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원격교육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정보통신(IT) 강국이며 스마트기기 보급률과 정보통신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 교사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열정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수업공백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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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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