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도 옵티머스 펀드 대규모 손실

전문성 부족, 주먹구구식 독단적 증권투자

2020-10-30 12:50:36 게재

이사회 보고 없이 투자하기도

투자 실패에 책임규정도 없어

수천억원대 피해를 낳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일부 대학이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환매중단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투자금이 묶여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교육부와 건국대 충주병원노조 등에 따르면 교육부 감사 결과가 나와야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옵티머스에 투자한 건국대는 정기예금 등으로 보관·유지해야하는 임대보증금 재원 120억원(법인 수익용기본재산)을 올해 1월 이사회 심의·의결없이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계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대학의 유가증권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사립대 적립금 유가증권 평가차액 현황’(제주 소재 대학 제외)에 따르면 사립 일반대·전문대 56개 교가 총 1조5228억원(교비회계 기준)을 증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평가액 기준 투자 수익률은 평균 -0.4%(전문대 -10.8%·일반대 0.9%)에 불과하다.

과거 대학의 증권투자는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제외하고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07년 재정확충의 길을 열어준다며 교비회계에서 적립금의 증권투자를 허용했다.

문제는 전문성이 없는 대학의 주먹구구식 투자다. 고려대 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은 2010년~2011년 이사회 의결 없이 485억원을 고위험자산인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신탁(ELT)에 투자해 50.64%(2011 년 10월4일 기준)의 손실을 냈다. 2012년 재단 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학교법인 한길학원(부천대)은 이사회 의결없이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다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3건에 걸쳐 총 51억4400만원이 이사회 모르게 채권형 펀드에 투자됐다.

학교법인 심연학원(북한대학원대)도 적립금을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2개의 초고위험 펀드상품에 가입했다가 2억4600여만원의 손실이 나자 이를 매도했다. 담당자는 2억원이 넘는 적립금 손실을 확인하고서야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런 독단적 투자로 인한 손실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재단의 수익용기본재산과 대학 적립금은 모두 학생교육을 위해 조성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주식투자는 금융권에서도 전문 리스크 관리팀을 꾸려 투자·운용하고 있는 위험성 높은 분야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대학의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도 이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도 과거 투자실패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한 교수들이 보직사퇴하는 수준 이상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법률에 위배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투자손실의 부담이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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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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