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개발에 금융 패러다임 변화 예상

2020-11-10 11:43:38 게재

여행·자동차·항공, 금융, 에너지 업종 급등 … 대형 IT 등 언택트 주 하락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등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타격을 받은 항공 레저 등이 급등했고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금융과 에너지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언텍트 수혜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변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90% 이상 예방 효과에 시장 '환호'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는 코로나 백신 개발 희소식에 장중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유럽증시는 6~7%대 폭등했다. 내년에는 정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됐다.

코스피가 장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백신 투여 7일 후 90% 이상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6개국에서 4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나온 결과로 11월 중 FDA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하면 곧바로 백신 투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는 미국 정부와 19억5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미 백신 생산에 착수하고 있어 연내 최대 5000만회 분이 제조될 전망이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예상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2020년에 5000만개, 2021년에 최대 13억개 백신을 생산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시대 수혜주 하락 =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개발로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기대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가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3.0% 상승한 반면 나스닥 지수가 1.5% 하락했다. 여행·자동차·항공, 금융·에너지 등이 급등한 반면, 언택트 관련주는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높은 수익을 보장하던 대형 IT주를 팔고 여행, 항공, 은행 등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종목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은 하루에만 39.3% 폭등했고 델타항공17.03%, 보잉 13.71%, 사우스웨스트항공 9.7% 등 항공업도 크게 올랐다. JP모건체이스(13.5%), 뱅크오브아메리카(14.2%), 씨티그룹(11.5%) 등 은행주들도 두 자릿수 대 상승률을 찍었다. 반면 팬데믹 기간 수혜 주로 꼽혔던 주요 기술기업 주가는 오히려 부진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의 최대 수혜주였던 줌은 17.4% 폭락했고 넷플릭스(-8.6%)와 아마존(-5.1%), 페이팔(-8.9%) 전자카드, 페덱스(-5.7%) 등도 대폭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14% 이상 폭등했고, 금융주도 8% 넘게 치솟았다. 산업주도 3% 이상 올랐다. 반면 기술주는 0.73% 내렸고, 커뮤니케이션도 0.25%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로 자율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해진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종목들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90% 이상의 효과를 가진 백신 개발로 백신 소식은 기업부도 위험을 낮추고 자율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외부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소비가 되살아나게 되면서 경기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에너지와 금융의 반등이 예상된다.

다만 백신 개발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날 증시와 폭등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유가의 경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경우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이번 백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은 시장에 부담을 준다"며 "특히 장기적인 효능 지속 여부가 알 수 없고 심각한 경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노약자를 적절하게 보호하는 지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장 초반 약보합 … 업종별 희비 교차 = 한편 국내 증시는 미국과 유럽 증시와 달리 장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75p(0.28%) 상승한 2453.95에 출발했으나 곧바로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세를 보였다 다시 상승하는 등 2450선을 놓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언택트 관련 종목군의 경우 매물 출회때문으로 보인다. 10시 15분 현재 개인투자자는 2752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반면 외국인은 800억원, 기관은 1962억원어치 팔아치우고 있다.

코로나 백신 소식에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가 커지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경기민감주들이 오르는 반면, 언택트주는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2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노랑풍선은 전 거래일보다 19.95% 오른 2만4650원에 거래 중이다. 아울러 티웨이항공(15.21%), 대한항공(13.30%), 진에어(12.65%), 제주항공(11.85%), 하나투어(11.775), 참좋은여행(10.85%), 모두투어(10.00%), 아시아나항공(8.78%) 등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항공·관광 업종이 줄줄이 급등세다. S-Oil(8.64%), S-Oil우(5.30%), SK이노베이션(3.50%) 등 정유 업종도 상승했다. 파라다이스(9.20%), CJ CGV(8.92%), 제이콘텐트리(6.79%), 호텔신라(6.34%), 쇼박스(5.96%), 신세계(5.56%) 등 한동안 고전했던 레저와 유통 관련 종목도 모처럼 오르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국면에 반사이익을 얻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비대면 대장주 네이버(-4.19%)와 카카오(-3.63%)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로나19 타격으로 부진했던 여러 업종이 백신 개발 가속을 계기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휘발유 등 연료유 수요의 절벽이 발생했다"며 "백신 개발로 인한 이동량의 증가는 연료유 수요를 회복시키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정제설비 가동률은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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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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