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 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

‘철저 근절’ 말하고 핵심 법안은 제자리

2021-02-15 12:48:51 게재

그루밍 처벌, 위장수사 도입 법안 해넘겨

시민 · 사회단체, 국회 · 정부 진정성 의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날로 은밀하고 교묘해지는데 반해 법과 제도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n번방 사건 직후 국회와 정부가 앞다퉈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어서 국회는 작년 5월 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이른바 ‘n번방 방지법’ 6개 법안을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근절대책과 실효성 있는 법률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절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고 있기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기 전단계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짧은 시간에 다수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성적 목적으로 유인·권유행위는 ‘그루밍’(길들이기) 단계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에 맞춰 잠입수사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웹하드 등 기존 플랫폼을 벗어나 사회적관계망(SNS), 텔레그램 등 메신저, 다크웹 등 추적이 어려운 공간으로 진화했다. 특히 피해자 대다수는 아동·청소년으로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하고 있어 신고도 많지 않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전국 중·고등학생 6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원치 않은 성적 유인을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1.1%에 달했다. 실제 만남으로까지 이어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2.7%였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범죄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범행 전 접근 단계에서 이들을 검거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잠입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지금처럼 쉽게 아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권인숙·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양금희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대표발의한 위장수사 관련 법안 3건이 발의됐다. 특히 권 의원이 발의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 개정안에는 그루밍 처벌 조항 신설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길게는 8개월 동안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조항을 둘러싸고 정부내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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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김형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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