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대 육성방안

"지방대 위기,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해야"

2021-06-23 12:21:55 게재

국가책임만 주장하면 또 실패 … 대학 스스로 상생방안 설계해야

인터뷰 | 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명에서 2024년 43만명으로 8만명 가량 감소한다. 2020년 대입정원은 50만명이다. 이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된다.
대학과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과 미충원 문제를 놓고 전쟁 중이다. 앞에선 웃지만 돌아서면 칼을 간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묘수풀이를 하고 있다. 정치권을 활용한 정부 압박도 다양하게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단기적인 대안보다 지방대 위기의 근본원인을 진단하고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 육성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대 육성방안과 국가균형발전을 연계시켜야 성공적 안착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겸 순천대사범대 교수. 순천대 전 인력개발원장, 순천대 전 기획처장, 한국진로교육학회장,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 전문위원, 건국대 교육학 박사. 사진 전호성 기자

"대학 육성정책과 지방균형발전이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혁신도시에 아무리 예산을 쏟아부어도 국가균형발전과 연계되지 못하면 대학도 망하고 지방도 유령도시로 변할 것입니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는 "지역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정책이 우선"이라며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진단하고 지역에 일자리와 교육시스템을 안정화시켜야 지방대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지역과 지방대 상생의 핵심은 '사람이 지역으로 몰리게 하는 정책'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대학과 정부는 오래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를 예견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사회 양극화라고 진단했지만 대책은 연구실 발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책은 현장 실행력 부재로 안착하지 못했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쏟아졌다. 문 교수는 "대학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모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해방 후 서울지역 대학에 정부 재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이런 교육 불균형 문제는 세계 교육계에서 연구대상이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인구문제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저출산과 대학정원 미달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지방대학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 청년들이 모두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갑니다. 그러니 수도권대학 중심의 학벌주의가 점점 더 심화되는 거죠. 사교육비 문제, 수도권 집값, 지방 공동화 등 온갖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소멸 위기 벗어나려면 =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05개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는 전체 지자체의 46.02%에 이른다. 지자체 23곳은 '고위험', 82곳은 '소멸위험'에 진입했다. 2050년에는 전국 시군구 105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코로나 이후 저출산 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0년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평균치 1.62의 절반 수준인 0.84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코로나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사회적 양극화가 저출산으로, 다시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혁신도시를 만들고 공유 상생대학, 융합과 지역균형 인재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법률 개정과 시행 등 지방균형발전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문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시기에도 계속되는 청년인구 수도권 유입"이라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시기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다. 이는 관련 정부 부처 융합전략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노동부와 산업계가 추진한 청년일자리 정책이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수도권 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이 가운데 약 75%(1만8명)가 20대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일자리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 4.0%, 청년실업률 10.0%에 이른다.

◆대학-지역 상생 구조 만들자 = "결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갑니다. 청년들이 다 대도시로 가니 지역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듭니다. 젊은층이 없으니 출산율도 더 떨어집니다. 초고령사회를 재촉하는 모든 악순환의 고리가 여기서 비롯되는 거죠."

문 교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과 지방대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저출산-지방대 몰락-지방 붕괴-국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단의 응급조치가 아닌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며 미국 보스턴 지역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MIT대학의 역할을 예로 들었다.

"대학과 지역이 발전하는 과정에 지식, 합의, 혁신공간 창출과 각 기관의 유기적인 관계망 구축이 정책 성공의 열쇠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R&D 활동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타 전문분야와 융합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상생계획을 세우고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혁신공간에는 사회적 수요와 R&D 결과, 실천공간인 사이언스 파크, 인큐베이터, 벤처캐피탈, 비즈니스 지식조합 등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문 교수는 일본 기타큐슈 학술도시 성공사례를 제시했다. 1960년대까지 세계적 공해도시로 이름났던 기타큐슈는 금속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다. 이곳에 산업학술추진기구(FAIS) 라는 공익재단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술연구도시를 운영했고 성과를 지역에 공유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다.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적인 학술연구도시로 탈바꿈했다. 전망이 밝은 기업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산학연계망이 구축됐고 학생 3500명이 늘었다.

문 교수는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실현가능한 설계도가 필요하다"며 "지방도시의 문제점과 성장 가능성,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10년 이후 도시의 성장 전망을 공유하고 청년들 중심의 젊은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의 개념을 미래 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지방대학이 나서서 상생의 설계도를 만들고 지자체, 타 부처와 정밀진단을 한 후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청년들을 위해 IT 로봇 드론 등을 활용한 1인기업 창업환경을 만들어주고 과감하게 지원해야죠. 그것이 지역과 지방대가 같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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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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