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공적 지원체계 만들어야

2021-08-06 11:35:35 게재

장기간 비대면-비학습에 본인·가족 고통 극심

일본처럼 중장년층 은둔형 문제도 곧 전면화

"은둔생활을 10년 했어요. 아빠 일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학교를 그대로 다닐 수 있었으면, 어려운 순간에 도움을 받았더라면 (10년이나) 그렇게 살았을까요?"

은둔형 외톨이 경험을 한 청년의 말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흔히 '3개월 이상 대면 접촉을 차단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 머무는 사람'을 이른다. 국내에 최소 13만5000여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지금 우리나라 10∼30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공동체적 지지기반이 없거나 취약한 상태에서 반인권적 경쟁을 강요하는 학교와 직장 환경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며 도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어디에도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몇몇 활동가와 단체, 그리고 광주시 광주동구 부산시 등이 조례를 제정해 지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청년청이 내년부터 청년 200명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원 호서대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지역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며 "전담 코디네이터가 관계기관과 연계해 히키코모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을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지원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만드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은둔형 외톨이만을 위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중장년층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전면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 때 취업 불황과 함께 좌절을 겪은 후 은둔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아직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미 장년층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장년층은커녕 은둔형 외톨이 전체 규모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박대령 이아당심리상담센터장은 "일본에선 은둔형 외톨이와 그들의 부모가 같이 고령화되면서 자녀가 부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연금을 지급받거나, 최악의 경우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의 뉴스가 종종 나온다"며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들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때가 IMF사태 이후로 보이는데 이들이 은둔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40대 은둔형 외톨이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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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김아영 김형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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