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글로벌 산업패권 좌우

2021-09-14 11:54:38 게재

4차산업혁명 핵심부품

주도권 확보 진검승부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우선 순위로 내세우며 반도체 설비투자액 40%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는 내용의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중국도 반도체 국산화를 최우선 목표로 국가적으로 대규모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간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가장 공격적인 곳은 인텔이다. 올해 1월 인텔 CEO에 취임한 팻 겔싱어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3월에는 애리조나주에 약 22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설립하고 뉴멕시코주에는 약 4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패키징 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800억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개를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10조원은 인텔의 지난해 설비 투자액(14조원)의 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반도체산업 육성·투자 경쟁은 반도체를 세계 산업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초고속네트워크가 중심이 된 4차산업혁명시대에 반도체 기술력과 공급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시스템반도체 메모리의 1.5배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기억하는 데 쓰이는 메모리와 연산·제어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로 나뉜다.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가 PC의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다. 올해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도 대부분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시장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약 60% 정도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특정산업의 호·불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인텔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를 설계ㆍ제작ㆍ판매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 퀄컴 앤비디아처럼 설계만 담당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팹리스(Fabless), TSMC UMC처럼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 ASML 램리서치 등과 같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장비업체로 구분된다.

이 중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것이 팹리스와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이 IDM이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계와 생산이 분업화된 산업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는 형태다.

◆팹리스 미국, 파운드리 대만 =팹리스 시장은 2018년 기준 850억달러 규모로 미국과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세계 10대 팹리스 기업 가운데 미국 업체가 6개, 중국계 업체가 4개다.

퀄컴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이 대표적인 미국 팹리스 기업이다. 중국계 기업은 미디어텍(대만) 하이실리콘(중국) 등이 있다.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행산 확대 등 다양한 칩에 대한 수요증가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에 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돼 파운드리 매출이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시장은 2019년 600억달러에서 2020년 682억달러로 13.6% 증가했고, 2024년에는 94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TSMC가 압도적 1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TSMC는 2021년 2분기 세계 파운드리시장의 55%를 점유했다.

◆한국 10년간 제자리 걸음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0년간 3%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다. 특히 팹리스 분야는 세계 상위 50개 업체에 한국 기업은 단 1개다. 2018년 기준 국내 팹리스 가운데 매출 1000억원 이상 규모는 6개 뿐이다.

디스플레이 구동칩, 휴대폰용 이미지센서 등 국내 대기업 수요와 연계된 일부 품목에 한정된 경쟁력을 보유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공급난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성장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은 아니다.

우선 시스템 반도체에 접목 가능한 기술·공정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 경험을 이식한다면 성공가능성도 높다. 자동차 휴대폰 등 세계적 시스템 반도체 수요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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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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