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통제 운영 미흡'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의견 첫 사례

2021-09-24 10:44:44 게재

감사대상 자산 5천억원 상장사로 확대

'내부통제 본질' 중요 취약점으로 지적

상장기업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서 '내부통제 운영 미흡'으로 비적정 의견을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그동안 내부회계관리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된 사안은 모두 '재무제표 작성 프로세스'와 관련한 특정분야의 회계처리 문제에 국한돼 있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0회계연도 상장법인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 중 내부회계관리 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5곳이며,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된 12건 중 11건은 재무제표 작성인 반면 1건은 내부통제 미흡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와 달리 내부통제 본질 요소(1건)와 재무제표 작성 프로세스 중 회계정보 전반 통제(1건) 등과 관련한 중요한 취약점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중요한 취약점은 재무제표상 중요한 왜곡표시가 예방 또는 적시에 적발되지 못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상존하는 경우를 말하며,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됐다는 것은 회사의 내부회계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회계관리 감사제도를 도입한 초기여서 재무제표와 관련한 지적이 많지만 미국처럼 제도가 정착된 경우는 주로 본질적 요소인 내부통제 관련 지적 비중이 높다.

미국의 경우 내부회계관리 감사(2019회계연도)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사유를 보면 회계인력의 전문성 부족 등 내부통제의 본질적 요소 관련 중요한 취약점 비중이 53.3%를 차지했다. 회계담당자가 충분하지 않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21.2%, 전산시스템의 접근, 보안 등 전산과 관련한 통제 미흡이 19.6%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점차 내부통제 등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부회계 감사를 수행한 9개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금감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중요한 취약점은 아니지만 유의적 미비점으로 지적한 항목들은 내부통제와 관련성이 있다. '정보기술통제 미비', '회계정책 기준서 등 문서화 미비', '접근 제한 및 업무제한 통제 미비', '내부감사 기능 미비' 등이다.

금감원 설문조사에서는 또 감사인과 기업 실무자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놓고 서로 대립되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제도 시행 초기인만큼 어디까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기업 실무자들은 경영진의 관심 부족에 따른 현업 부서들의 비협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상장법인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을 위해 회계부서 또는 감사 산하에 전담팀을 두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회계팀이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들이 감사대상이지만 내년에 1000억원 이상, 2023년에 1000억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들로 대상이 확대되면 시스템 구축에 따른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정착을 위해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 사례들을 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영진의 인식 전환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0회계연도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대상인 상장법인 413곳 중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5곳으로 1.2%에 그쳤다. 전년도 2.5% 대비 감소한 것이다. 금감원은 "감사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인적·물적 인프라가 구비된 중·대형 상장법인의 준비·대응시간이 비교적 충분했던 것으로 평가한다"며 "향후 중소형 상장법인에 대해서도 준비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효과적인 제도 안착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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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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