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위프트 배제로 미국이 입는 대가도 크다"

2022-03-08 10:55:20 게재

미 CIA본부 인근 스위프트 데이터센터서

하루 6조달러 금융거래 모두 들여다 봐

"러 퇴출로 감시망 벗어나면 중국 웃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카드를 빼들었지만 미국이 입을 타격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의 국제 금융 및 무역거래에 대한 미국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면서 궁극적으로 중국만 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이 미국 정보당국의 감시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위프트는 전세계 1만개가 넘는 은행과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고, 하루에 5~6조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국제간 금융거래를 중개한다. 이에 따라 스위프트는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인근의 작은 소도시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방대한 규모의 국제간 금융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참가자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제2 데이터센터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가 있는 버지니아주에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벨기에에 있는 메인 센터와 사실상 실시간으로 모든 국제거래 데이터를 백업해 조사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2006년 6월 CIA가 대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스위프트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독일의 슈피겔지도 2013년 9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이 국제 금융결제를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국제 금융거래를 사실상 전부 감시할 기술적인 능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의 금융당국 전직 간부는 "미국 국내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프트가 국제정치에 이용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란은 2012년 핵개발 의혹으로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서 무역결제가 불능 상태에 빠지고 원유수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도 일본을 방문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련 팀이 스위프트를 이용할 가능성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당시 일본측 관계자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FRB가 아니고 배후에 있는 국무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결국 이를 활용하지 못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러시아 대책의 '최종병기'로 스위프트라는 봉인을 풀어버린 셈이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국제 금융 및 무역거래가 막히면서 경제적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미국이 입을 대가도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국제 금융거래에 대한 흐름을 추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러시아는 미국의 감시망이 닿지 않는 '스위프트 외부의 영역'에 머무르게 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선택지는 중국의 위안화를 통한 결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준비금은 올해 2월 중순 현재 6432억달러 규모이다. 이 가운데 32%를 유로화로 분산해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의 외화자산이 가장 많이 비치돼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러시아는 전체 외화의 14% 이상을 중국에 맡겨두고 있다. 따라서 달러와 교환이 가능한 위안화는 러시아로서는 국제시장과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가 되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현실을 활용해 금융과 무역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거래를 할 것"이라며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전과 안전보장의 게임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고, 미국이 러시아에 한눈을 파는 사이 중국만 웃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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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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