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견해차

2022-03-08 11:01:40 게재

미 국무 "유럽과 러 원유 금수 논의" … 독 총리 "러 에너지, 유럽 일상에 필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대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서방 진영에서 러시아산 에너지를 겨냥한 제재 조치에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영국은 수입금지에 적극적인 반면,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반대하는 기류다.

AP, AFP통신 등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에서 러시아 에너지를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일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면서 "유럽에 난방, 이동, 전력, 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공공 서비스 제공과 우리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영불독 정상들과 화상 회담하는 바이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프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그는 독일은 유럽연합(EU) 안팎의 파트너들과 몇 달 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그래서 기업들이 계속해서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러시아와 사업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도적인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의 이날 발언은 미국과 EU의 대러 추가 제재 논의가 계속되는 과중에 일각에서 러시아 에너지를 겨냥한 방안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CNN방송에 러시아 추가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든 옵션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독자 제재 조치 검토와 미 의회의 관련 법안 처리 소식도 나오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금지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3주 전에는 절대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탄화수소, 석유, 가스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되도록 빨리 벗어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존슨 총리는 "모두가 같은 여정에 있다.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들보다 그것을 좀 더 빠르고 쉽게 찾을 것"이라면서 서방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또 향후 며칠 내에 에너지 공급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원유 금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옥죌 초강력카드로 거론되지만, 유럽의 높은 러시아 의존도가 걸림돌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주요 원유 공급국이다.

특히 EU는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그동안 대안을 모색해왔다.

2020년 EU의 러시아 수입품 규모는 953억유로(약 127조5247억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70%는 석유와 가스이며, 농업, 원자재, 화학약품, 철강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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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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