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

중대재해 사망시 기본 징역 2년6개월~4년

2022-03-22 11:14:12 게재

재발빈도·피해인원 가중 … 사고경위·합의 고려해 감경

38명 사망한 이천창고 화재 책임자, 징역 3년→10~1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됐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 법이 적용된 적이 한번도 없다. 법원의 양형기준이 얼마나 높아질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자체적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해 중형 선고를 예고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범 양형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대검은 앞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 법정형과 검찰 산업재해 양형기준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 대표사례를 분석해 자체 양형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양형기준 2배 가량 높여 = 이 양형기준에 따르면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중대재해 사망사고(법정형 징역 1년 이상)에 대해 '2년 6개월~4년 징역'을 기본으로 정하고 감경·가중인자를 반영하기로 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의 사망사고에 대해 대법원 기본 양형인 징역 1~2년 6개월보다 양형기준을 2배 가량 높인 것이다.

주요 가중인자에는 △유사 사고재발 빈도와 규모 △중대성 △구호조치 미흡 등이 포함됐다. 사고 재발빈도가 높고, 사고규모 등이 커질수록 형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감경인자는 △사고발생 경위 △합의 및 피해 회복 등이다. 피해자와 합의 및 피해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를 고려해 형량을 낮게 하는 방식이다.

양형기준은 본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시행 초기여서 양형기준이 아직 없다. 검찰은 처벌기준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양형기준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은 앞으로 검찰이 재판에서 구형하는 데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새기준 적용시 처벌 강화 = 검찰의 새 양형기준을 적용할 경우 검찰이 징역 7년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던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38명 사망)'의 경우, 시공사 책임자에 대해 징역 10~12년을 선고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산업재해 처벌에 적용된 산안법은 처벌 대상이 사업주(대부분 법인)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주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에게도 무겁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시공사 책임자에게 불리한 가중인자는 △동종전력이 있고 △사고규모가 11인 이상인 점 △안전조치위반과 안전보건 숙지 미흡 등을 적용했다. 대신 유리한 감경인자로는 △피해자 또는 유족과 합의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들었다.

과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처벌기준도 새 기준에 따르면 양형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사장의 관리·감독 부실이 입증되면 징역 4~5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법 5조는 경영책임자(대표이사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면서 그 대상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등으로 정했다.

검찰은 또 2012년 하도급업체 직원 6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여수산업단지 화학공장 폭발사건에서 산업안전법 위반 등으로 징역 8개월이 확정된 공장장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하청책임자도 새 양형기준에선 5~7년 징역형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질식사건(사망 3명)과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건(사망 1명, 상해 4명)에서 각각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500만원이 확정된 원청책임자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4~5년과 징역 3~4년 6개월의 징역형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검찰 '중대재해 자문위' 출범 =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중대재해 사건 수사 및 재판에 의견을 제시하는 검찰총장 직속 자문기구를 공식 출범했다.

중대재해 자문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석 △양형인자 발굴 △중대재해 수사 관련 법 규정 및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권창영(53·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위촉됐다. 권 변호사는 1999년 춘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2017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사안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대검은 전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실질적인 의견을 검찰에 제공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및 노동·형사법 분야 전문가 9명도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위촉식에서 "검찰이 중대재해 사건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문위에서 다양한 이론적, 실무적 의견을 제시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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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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