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명분 '정시확대'에 강남이 웃었다

2022-04-13 11:17:17 게재

최상위권 선호대학 강남출신 더 늘어

"수능시험 객관성을 공정성으로 착각"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대 치의대 약대 한의대 등 의약학 계열의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강남·서초학군 학교가 더 선전했다.

자사고는 물론 일반고에서도 근래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문재인정부의 대입 공정성 확대를 위한 정시 확대 정책 영향으로 분석된다.

13일 본지가 서울 세화고 휘문고 진선여고 숙명여고 등 4개 학교의 '의약학 계열 및 주요 대학 합격자 현황'(중복 합격자, 졸업생 포함) 자료를 내일교육과 분석한 결과 의약학 계열 합격자가 학교마다 20~90여명 씩 늘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사고인 휘문고는 의약 계열 합격자가 전년도 133명에서 220명으로 급증했다. 숙명여고는 2020년 48명에서 2021년 49명, 2022년 101명으로 크게 늘었다.

합격자의 상당수는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재수, 삼수 등 졸업생들이었다.

강남지역 고교의 선전은 의약학 계열뿐만 아니다.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고교 상위 30위 안에 6곳이 강남·서초로 나타났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받은 '2022학년도 출신 고교별 합격자 현황'(최종 등록 기준) 자료에 따르면 합격자 상위 30개교 중 6개교가 강남·서초 학군 고교였다.

서울 시내에서만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 단위 자사고인 세화고(39명) 휘문고(32명) 중동고(30명)와 일반고인 상문고(24명) 경기고(22명) 단대부고(20명)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학교는 정시 합격자가 수시보다 많은 특징이 있다. 정시 합격자가 많은 상위 10곳 중 5곳이 강남·서초 고교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서울 주요 대학들에 2023학년도까지 정시 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연도별로 정시를 확대해 서울 주요 16개 대학들은 모집 정원의 40% 이상을 정시로 선발한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당시 교육 공약으로 정시 확대를 발표해 수능 중심의 정시에 경쟁력을 가진 자사고와 강남 일반고들이 더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진 서울 동대부여고 교사는 "강남지역 학생들의 평균적인 학업 수준이 우수한 것은 부모의 경제력에서 비롯된다"며 "수능 시험의 객관성을 공정성으로 착각하면서 이런 사실이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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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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