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10개 국정과제, 경제민주화 '실종' ①

온플법 폐기되면 경제약자 피해구제 막막

2022-05-04 10:56:02 게재

중소기업 47% 플랫폼 갑질 피해 경험 … 인수위 "인센티브로 플랫폼업체 자율규제 유도"

"110대 국정과제에 경제민주화 빠져" 에서 이어짐

대신 인수위는 대형 플랫폼업체의 규율 대상 행위로 입점업체 사업 활동 제한, 눈속임 마케팅·거짓 후기 등 소비자 기만행위를 꼽았다. 새 정부는 향후 플랫폼 자율 규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 등의 세부 정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정과제 설명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자율규제로 갑질 근절될까 = 하지만 자율규제만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대형플랫폼업체의 갑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플법은 플랫폼과 입점·납품업체 간의 갑을문제를 주로 규율하는 법안이다. 2021년 1월 공정위가 이 법을 상정했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대리점에 대한 갑질은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성장해온 IT나 플랫폼업체는 빠져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체계에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소기업은 전근대적 갑을관계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지향적 '플랫폼'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거래관계는 전근대적 '갑을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대형플랫폼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는 중소기업 비중이 47.1%였다. 또 중기중앙회가 500개 배달앱 입점업체를 조사한 결과, 계약서 등 서면에 의한 기준이 있다는 응답은 34.2%에 불과했다. 배달앱 입점업체 3곳 중 2곳이 계약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잘될 때야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결국 약자인 입점업체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더구나 대형 플랫폼업체가 납품·입점업체를 쥐어짜면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 옮겨간다. 최근 플랫폼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한 배달앱에 대해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속고발권은 보완 = 또 차기정부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는 폐지하지 않고 개선·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보완 방안으로는 심각한 반칙행위에 대한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객관적 고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제시했다.

또 공정위와 고발요청기관 간 양해각서(MOU) 개정 등을 통해 관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의무고발 요건 등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기업 혁신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인수·합병은 신속히 심사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는 사모펀드(PEF) 설립과 완전 모자회사 간 합병은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자진 시정방안 제출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결합을 신청한 기업이 독과점 해소를 위한 시정방안을 스스로 마련해 제출하면 공정위가 승인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공정위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시정조치를 결정해 기업에 제시하고 있다.

◆총수 친족범위 축소 추진 =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는 축소한다. 혈족의 범위를 현재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범위는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제도의 조기 시장안착을 지원하고, 공시제도도 기준금액을 올리고 공시항목과 주기를 합리화하는 등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필요한 정부 규제는 '경쟁영향평가센터'를 구축해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인수위는 아울러 '소비자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제품 안전인증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범정부 안전 종합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공정 거래 피해 복구를 위해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 분쟁조정협의회의 권한과 조정안의 효력을 강화하고, 의무고발요청제도 운용 과정에 피조사 기업의 피해구제 노력 등을 반영하는 내용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기술탈취와 관련해서는 피해기업에 대한 입증 지원을 강화하고 손해액 산정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해 납품단가 연동 하도급 모범계약서와 수·위탁 계약서를 보급하는 등 자율적 납품단가 조정 관행을 확산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인 교수는 "인수위 국정과제를 보면 다행스럽게도 대선공약보다는 대기업 편향정책이 다소 완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을 위한 국정과제는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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