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줄이기 | 산재예방, 안전보건관리 구축이 답!

처벌강화만으론 한계, 안전보건 인식 개선이 우선

2022-05-24 11:34:49 게재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사망자 소폭 감소 그쳐 … 소규모 사업장, 맞춤형 정부 지원 이용해야

정부는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안전보건에 대한 경각심으로 산업현장의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했지만 기대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강화된 만큼 그 기준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도입·정착되도록 감독하고 지원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자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조한다.
정부도 산재 사고사망 감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대기업에 비교해 자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도입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산재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식 | 4월 27일 서울 종로 현대건설 앞에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참석자들이 산재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식을 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등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은 2021년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시행됐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해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망사고 건수는 141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15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사고 163건, 사망자 165명과 비교하면 각각 22건, 8명 줄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 =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으로 산업현장의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효과는 기대보다 낮았고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1분기 사고사망자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7명이 늘어난 51명이었다. 건설업에서는 올해 78명이 사망해 지난해 1분기 85명보다 사망자가 7명 줄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올해 1분기 제조업 사업장 사고사망자 22명 모두 50인 미만과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였다는 점이다. 사망자 10명 중 4명(43.1%)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했다. 건설업의 경우도 50억원 소규모 현장의 사망자수가 4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7.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처벌에 따른 경각심만으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 경기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져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된 삼표산업이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6월과 9월 포천사업소와 성수공장에서 바위에 깔리거나 덤프트럭에 부딪혀 1명씩 숨졌지만 이후에도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표산업 사업장들은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야간 작업시 관리감독자를 배치하지 않았다. 기업 차원에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도 실시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없었다.

전문가들의 법과 제도가 강화된 만큼 사업장에 그 기준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도입돼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컨설팅과 재정지원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도 올해 산재 사고사망 감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사망 감소 추세를 가속화하고, 안전보건 기반 확충으로 국가 안전보건 수준을 한 단계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23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기업뿐 아니라 적용이 유예된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자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도입이 어려운 사업장은 우선 공단 홈페이지나 전화로 지원 가능 여부를 상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업종, 공단이 직접 컨설팅 =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산재예방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해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표적 지원으로 고위험 중소 제조업 대상으로 민간전문가를 활용한 컨설팅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을 돕는다. 이들 사업장은 주로 인력이나 예산적인 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에 취약한 사업장이다.

대상은 2240개 사업장이며,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전문가가 최대 4회까지 사업장을 방문해 안전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 기업 내 위험요인을 함께 파악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주체인 기업대표자와의 면담으로 안전보건확보 의무에 대한 실행력을 높일 방침이다.

고위험 업종인 건설업과 화학업종은 공단이 컨설팅을 직접 수행한다. 건설업 컨설팅 대상은 시공순위 201위에서 1000위 이내 종합건설업체다. 이들 사업장 중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안전관리 수준이 불량한 건설업체가 우선대상이다.

하반기 건설업 컨설팅의 경우 희망업체 신청을 받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약 500개사를 지원한다. 본사와 현장을 2~3회 방문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함께 확인해 개선하도록 하고, 기업대표자 면담을 통해 본사의 안전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화학업종의 컨설팅 대상은 상시근로자 5~99인 이하의 사업장으로 공정안전관리(PSM) 대상 사업장은 제외된다. 최근 3년 이내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을 우선 선정한다.

컨설팅 주요 내용은 사업주 책임자 교육 및 7가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핵심요소와 화재·폭발·누출 위험예방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컨설팅을 통해 체계구축 보완사항 등을 전달하고 개선의지가 없을 경우 고용부의 행정조치를 통해 확실한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상반기에 50인 이상 사업장 500곳을 지원한다.

◆소규모 사업장에 재정지원도 확대 = 이와 함께 안전보건공단은 2024년 1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50인(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50인 미만의 고위험 제조업·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안전보건공단은 중소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이다. 50인 미만의 화학업종 500개 사업장에는 하반기에 컨설팅을 지원한다.

재정지원도 확대한다. 대표적 사업은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 '안전투자 혁신사업' '산재예방시설 융자금지원사업'으로 사고사망 고위험 사업장 중심으로 안전보건 취약사업장에 설비, 시설, 작업공정 개선 등 지원을 강화한다.

50인(건설업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최대 3000만원)를 지원하는 '클린사업'은 시스템비계나 안전망 등 추락방지 안전시설 등 위험 설비나 작업 개선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신속지원 방식'을 도입하고 긴급지원이 필요한 현장에 대해 절차를 간소화해 긴급 지원한다.

위험기계 교체와 노후화되거나 사고사망 위험이 높은 공정의 개선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안전투자 혁신사업'도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위험기계 교체' 대상은 지난해 이동식 크레인, 고소작업대, 리프트 등 3종에서 올해 프레스, 사출성형기, 크레인(타워크레인 및 이동식크레인 제외), 전단기, 컨베이어, 롤러기 등 30년 이상 노후 안전검사 대상 기계 6종을 추가해 9종으로 늘렸다.

'위험공정 개선'은 지난해 뿌리산업(주조·소성가공·표면처리)의 3대 공정에 올해 끼임·추락 고위험 3대 제조업종을 더해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위험기계 교체'는 최대 7000만원까지 소요 비용의 50%를, '위험공정 개선'은 최대 1억원까지 소요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위험기계 4300여대를 교체하고 위험공정 개선은 1500여개 사업장을 지원한다.

올해 1월부터 신청 접수 중인 산재예방시설 융자금 지원은 총 3563억원을 50인 미만 고위험 사업장부터 지원한다.

공작기계, 사출성형기, 산업용 로봇 컨베이어 등 위험 기계·기구를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신규 설치하거나 교체하고, 작업공정과 환경 개선에 필요한 설비 교체를 지원한다. 사업장당 최대 10억원 내에서 지원하며, 설비 등 투자비용에 대해 공단 판단금액의 100%를 연리 1.5% 고정금리로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등에 따라 기업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며 "컨설팅을 통해 현장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돕고 근원적인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현장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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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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