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소득 3만달러 시대, 조선산업 | ②일하는 사람들도 초격차 파트너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열린 대화로 풀자"

2022-10-25 10:48:48 게재

정상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

한국 조선산업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에도 경쟁국들과 초격차를 확보하고 세계시장 1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조선산업은 엔진을 포함한 다양한 기자재와 선체를 조립하는 산업으로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산업의 특징을 갖고 있다. 선주인 해운기업들이 경쟁사들보다 선박을 싸게 구입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조선소들은 기자재는 물론 후판 등을 조립하는 인건비도 억제해야 했다. 조선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크지만 1인당 소득향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한 유럽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한국은 후발인 중국과 순위 다툼을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은 조선업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거제에서 환영받을지는 한화에 달렸다. 이해 당사자 참여 원칙 아래 노조와 열린 대화를 통해 대우조선 매각이 전체 조선업 생태계가 발전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18일 만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정상헌 지회장은 '당사자 원칙'과 '대화와 합의'를 강조했다.

17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입찰의향서 제출이 마감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으로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정 지회장은 "지난 15년간 대우조선 매각에 있어 정부와 산업은행은 당사자 참여를 철저히 무시해왔다"며 "3년간 진행됐던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도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구성원들은 1999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룹 체제하의 오너가 없어지면서 시련을 겪었다. 대우조선이 잘나가던 시기 독자생존을 경험했고 위기 속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으며 국민적 지탄도 받았다.

정 지회장은 "혹독한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한국경제를 떠받쳐왔고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무차별적으로 희생과 고통 분담을 강요당하며 그렇게 어렵고 힘든 시절을 거제 지역민과 함께 버티어왔다"면서 "이렇게 대우조선을 지켜온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에게 한화는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에 경험이 없는 한화그룹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정 지회장은 "한화가 삼성테크윈 인수 후 단행했던 노조 탄압과 파괴 정책을 지회는 알고 있다"면서 "기존의 인수합병(M&A) 기업과 같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선위기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와 새로운 조선 호황기에 접어든 대우조선에서 서로 불필요하고 소모적 노사관계보다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앞날을 설계하는 안정적 노사관계를 추구하자"고 제안했다.

정 지회장은 4대 요구안으로 △전구성원 고용승계 △노조 및 단체협약 승계 △회사발전 사항 논의 △지역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한화그룹에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본부별(상선·해양·특수선) 회사 분할금지 △회사 자산 매각금지 △조선업 전문 경영진 선임 △협력사 노동자 저임금·다단계 고용구조 개선 △지역인재 채용 확대 등을 요청했다.

[관련기사]
조선업 이중구조 '자율'로 해법 찾을까
조선소를 떠난 하청노동자 돌아올까 … "일 없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