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카르텔 척결'도 내로남불인가

2023-07-14 11:02:46 게재
최근 범죄영화에서나 듣던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 들어 개혁 대상을 카르텔로 규정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태양광사업에 이어 최근 사교육, 국가연구개발사업, 공직자까지 대상이 넓어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답게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부조리를 척결해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타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민주사회를 외부에서 무너뜨리는 건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이고,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건 부패한 카르텔"이라며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다.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연구개발(R&D)사업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과기부와 과학기술계 전체를 국가연구개발예산을 나눠먹는 카르텔로 인식한 듯 싶다.

또 윤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언급하면서 교육정책 담당자는 물론 학교와 학원 등 교육계가 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입시학원과 입시 교재 출판사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국세청도 세무조사에 나서는 상황이다.

카르텔은 경제용어다. 소수의 이익집단이 담합해 가격을 조정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카르텔을 적발하고 시장이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다. 소수 기득권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윤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강력한 '이권 카르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 카르텔, 언론 카르텔, 경제 카르텔, 법조 카르텔 등등. 특히 대표적인 카르텔이었던 전관예우 등법조 카르텔에 눈감은 채, 카르텔 청산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법조 카르텔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고, 또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전관예우 근절 등 법조 카르텔 척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정권 지지세력 등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권 카르텔 척결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내 눈의 대들보는 두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탓'하는 격이다. 이권 카르텔 척결도 '내로남불'이 돼서야 되겠는가.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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