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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경제학으로 성장한 중국경제의 미래는

2023-07-14 12:00:23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정부는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계속해서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이런 통화완화정책이 정말 중국경제를 살리고 주식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돈을 풀어온 중국경제의 지금 상황은 어떠할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기 위해 케인스경제학(Keynesian economics) 이론을 통해 중국경제 문제점을 설명해보자.

루스벨트정부의 경기부양정책

예를 들어 어느 한 국가에서 생산과잉이 발생하면 철강이나 시멘트 등 많은 제품이 재고가 되어 판매가 안된다고 해보자. 이에 철강회사 시멘트회사 등 기업은 대규모로 노동자를 해고해 결국 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된다. 실업과 같은 경제문제는 곧바로 사회문제로 이어지기에 정부는 계속된 노동자 해고를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

위기극복하기 위해 누군가가 정부에게 아이디어를 냈다. 도시마다 공원을 조성하게 하는 것이다. 공원을 만들려면 철강과 시멘트가 대량으로 필요하기에 이들 기업의 생산과잉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노동자 해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대된 수요가 노동자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기에 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해당 국가의 경공업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경공업 기업들은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비를 많이 구입해 공장규모를 확대할 것이며 이는 다시 중공업 발전을 촉진하면서 노동자 고용을 늘리는 등의 흐름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두개의 순환이 상호 촉진하면서 결국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정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걸린다. 각 지방정부가 공원이나 도로를 조성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의 누군가가 또 은행에서 정부가 돈을 빌려오면 된다고 제안한다.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국채나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해 은행에게 팔거나 담보로 잡아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 이루어졌던 역사다. 1933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는 실제로 대량의 실업청년들을 동원해 공원을 많이 조성하도록 했다. 공원 조성 외에 정부는 철도를 깔고 도로를 만들고 비행장을 건설하고 시정공정 등 인프라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케인스경제학이다. 한마디로 은행 등 금융시스템을 통해 돈을 풀고 정부와 기업이 돈을 빌려 인프라시설을 구축해 생산과잉을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 다시 말해 돈을 찍어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시장에 투입되는 통화가 실물경제에 투입되면서 과잉 생산량을 소비를 통해 소화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제발전의 대가는 정부나 기업의 부채상승이다.

부동산시장과 수출로 경제위기 탈출

중국의 경우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시장은 자체 생산 조절 기능이 없기에 1996년 중국은 처음으로 생산과잉 문제에 직면한다. 일반적으로 가동률이 80% 아래면 생산과잉으로 보고 75% 아래이면 심각한 생산과잉이라고 본다. 당시 중국은 절반 이상의 공업기업 가동률이 50%도 안되었고 생산과잉 문제는 이미 매우 심각했다. 그때 사실 많은 기업이 파산 직전이었다. 1998년에 이르러 상품 재고량은 이미 GDP의 50%에 달했고 생산과잉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그러나 1998년 중국의 생산과잉 문제는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중국정부가 잠재적 국내시장 발굴과 해외수출 개척을 통해 재고상품을 과거 사지 않던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당시 잠재적 국내시장을 발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도시화였다. 빠른 도시화는 부동산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사실 1998년 이전 중국에는 부동산시장이 없었다. 당시 중국정부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기업단위로 주택을 지어 직원들에게 분양했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고 중국 중공업의 생산과잉문제가 불거지자 부동산 복지정책을 중단하고 주민들이 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하도록 개방했다. 이때부터 주택은 중국 소비의 가장 중요한 구성부분이 되었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한마디로 중국정부는 도시화의 추진으로 주민들의 주택소비를 자극해 국내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그해부터 중국의 방대한 부동산시장이 형성되었고 부동산 산업의 넓은 산업사슬특징으로 금속·화공·시멘트·석탄·건축·건자재·금융, 수도와 전기 및 가전, 보험, 시설관리 등 연관산업들이 함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제품의 생산과잉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생산과잉의 또 다른 해결법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2001년 이전까지 중국상품 수출은 관세와 수입량 통제를 받아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이러한 장애요소들은 거의 제거됐다. 이때부터 중국제품들이 폭풍처럼 해외시장으로 수출되었다. 이는 중국 경공업의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해외주문이 많을수록 당시의 생산규모로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기에 기업인들은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더 많은 설비를 매입했으며, 이는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촉진했다. 또한 이런 투자확대로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면서, 이는 또 다시 국내소비를 촉진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처럼 중국정부는 국내외 두개의 신시장, 즉 부동산시장과 수출경제 부양을 통해 1998년 경제위기의 그림자를 탈출했고 '수출-투자' 주도의 쌍순환 경제모델을 구축했다. 2001~2008년 중국경제의 두자릿수고속성장은 바로 이런 국내외 쌍순환 모델의 효율적 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중국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외수요가 축소되면서 생산과잉 문제에 직면했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1998년의 경험을 되살려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대출을 격려해 많은 인프라공정을 실시하게 했다. 이는 정부임대주택 건설과 농촌 인프라시설투자 확대, 철도와 도로 및 공항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 인프라시설 구축에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 앞에서 말한대로 은행이다. 정부는 금융의 경제성장에 대한 지원역량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상업은행의 신용대출 규모제한을 취소해 중점공정 등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4조위안의 투자를 진행했다. 사실 4조위안 투자가 바로 중국버전의 케인스주의다.

중국식 케인스주의 주도하에 중국경제는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인프라투자를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시장을 키워왔다. 인프라투자와 부동산투자를 통해 중화학공업 수요를 견인하고 이는 중국 전체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 결국 중국경제가 큰 위기를 겪지 않고 G2까지 성장했다.

케인스주의가 만든 새로운 위기

그러나 케인스주의 시장 구제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아래와 같은 3가지 위기의 근원을 만들었다. 첫째, 생산과잉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둘째,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셋째, 경제가 실물경제와 점점 동떨어져 금융경제 중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이런 3가지 문제의 발생 원인을 모르면 중국경제의 내적인 동작원리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 케인즈주의 3대 경제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해결방안이 지금 중국경제가 돌아가는 운영 방향이며, 중국정부가 '공급측 개혁'과 '시스템 리스크 방지' 정책을 실행하게 된 배경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