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균용 후보자의 '석연찮은' 해명

2023-09-15 11:34:09 게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문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재산신고 누락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이 후보자가 해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법을 판단하는 판사 중 최고 지위인 대법원장 후보자의 해명이라고 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시행령 변경 사실을 몰랐다'거나 '단순 실수'라는 이유를 댄다. 또 해외의 자녀 재산 누락에 대해서는 '재산 파악이 어려워' 누락했다고 했다.

처음 불거진 문제는 이 후보자와 그 가족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재산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9억8000여만원 상당의 가족회사 비상장주식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8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0년경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가족회사(옥산,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으나 그동안 재산등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해당 비상장주식이) 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서 처음부터 법률상 재산등록신고 대상이 아니었고, 처가의 재산 문제여서 이를 잊고 지내고 있었다"며 "취득 시로부터 약 20년 뒤인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최초 재산등록할 때부터 비상장주식도 등록대상재산이었다. 시행령 개정 내용은 그동안 액면가로만 신고하던 비상장주식을 실거래가격 평가액 액면가 순으로 신고하도록 가액기준이 변경된 것이어서 비상장주식 재산등록 누락과는 연관성이 없다.

또 이 후보자가 과거 재산신고에서 배우자가 토지를 매각했음에도 임대료를 그대로 받은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단순 실수'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산 신고가 누락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후보자는 '고지거부' 허가를 받지 않고 장녀의 해외재산을 신고에서 누락했다가 최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재산변경 등록 신고를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외 체류하는 동안 사실상 독립적 생계를 영위해 재산신고와 관련된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법령이 바뀐 사실을 몰랐다'거나 '단순 실수'라고 하면 판사들이 어떻게 판단할까. 정상참작은 하겠지만 실제 일어난 행위 자체를 없던 일로 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자리다.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명은 이해하기 힘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