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90달러 돌파, 추석물가 비상

2023-09-15 11:21:21 게재

물가·민생회의 긴급개최 … 추경호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감산 연장에 '연말 100달러' 전망도 …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국제유가가 심상찮다. 불과 두 달 전 배럴당 70달러를 밑돌던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돌파했다. 연말이면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원유 공급이 둔화하면서 원유 재고 하락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데 따른 영향이다.

정부는 15일 오전 긴급하게 물가·민생점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추석을 앞둔 국내 물가와 경기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전망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전장보다 1.64달러(1.85%) 상승한 배럴당 90.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7월 초까지 만해도 70달러를 오르내렸다. 같은 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도 1.82달러(2%) 상승한 배럴당 93.70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최근 유가 급등 배경은 감산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연말까지 감산 연장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원유 공급 둔화로 원유 재고 하락이 예상된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가 나오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EI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량이 올해 3분기 하루 60만배럴, 4분기 하루 20만배럴에 각각 이를 것으로 봤다. 하루 평균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리비아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것도 악재가 됐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상승한 유가 영향으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3.6%)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지난해 6월(1.2%)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JP모건의 켈리 전략가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내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 하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한국 경제에도 큰 악재다. 정부는 이날 오전 물가·민생점검회의를 개최했지만 예년의 '추석물가대책'을 뛰어넘는 묘수를 내놓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높은 국제유가 변동성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을 10월까지 연장했으며 향후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대체로 10월이 지나면서 물가는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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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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