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3%대 급상승, 물가당국 비상

2023-10-05 11:07:30 게재

신선과실 3년여 만에 최대 상승, '두달째 3%대' 9월 물가 3.7%↑… 고유가 속 5개월만에 최대폭 올라

고유가 여파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인 3.7%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5개월 전인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4.2%)까지만 해도 4%대였지만 지속 둔화하면서 4월(3.7%)엔 3%대로 떨어졌다. 이후 6월(2.7%)과 7월(2.3%)에는 2%대로 내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반등했고 9월에는 이보다 0.3%p 더 올랐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연이어 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심상찮은 농산물값 오름세 =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사과(54.8%), 쌀(14.5%) 등의 상승 폭이 높았던 반면, 배추(-35.2%), 국산 쇠고기(-5.4%) 등은 하락했다.

다만 채소류는 지난해 가격이 워낙 높았던 탓에 1년 전보다 5.7%가 감소했다.

공업제품은 3.4% 상승했다. 유아동복(13.7%), 티셔츠(14.3%), 우유(9.3%)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이로 인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8%가 올랐다.

반면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4.9%였다.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7월(-25.9%), 8월(-11.0%)과 비교해 하락 폭이 급격히 줄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끌어올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큰 폭 인상 =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9.1% 상승했다. 전기료가 20.3%, 도시가스가 21.5%, 지역난방비가 33.4% 각각 올랐다.

9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9%였다. 공공서비스(1.8%), 개인서비스(4.2%), 집세(0.1%) 등 모든 서비스 항목에서 물가가 올랐다.

특히 택시료(20.0%), 보험서비스료(12.9%), 구내식당식사비(7.0%), 공동주택관리비(4.8%) 등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승용차 임차료(-13.6%), 유치원납입금(-9.1%), 국내단체여행비(-7.3%) 등은 하락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8월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 3월과 4월(4.8%), 7월과 8월(3.8%) 같은 상승률을 보이며 제자리걸음 했으나 꾸준한 하락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지난달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 물가 최대변수 =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15.8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식품 물가 상승률은 4.6%, 식품이외 품목은 4.2%였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31.0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

신선어개와 신선채소는 각 3.4%, -5.7%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신선과실의 경우 24.4%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25.6%)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김 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분이 10월 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곳곳 물가 변수 = 문제는 연말까지 물가가 더 끌어올릴 변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우선 현재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100달러선까지 올라설 가능성이 많다. 이같은 국제 유가 상승분은 4분기에 본격 반영돼 앞으로 휘발유와 경우 등 각종 유류 가격은 얼마든지 더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

더구나 국제유가는 석유류와 공업제품 등 물가 전반의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서민물가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생활물가도 상승세다. 이달 들어 우윳값이 오른 데 이어 맥줏값 인상까지 예고됐다. 식음료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1일부터는 우유의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유제품 가격이 올라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게 됐다. 우윳값 상승에 따라 우유를 원료로 쓰는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이 잇달아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민물가와 직결된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추세다. 오는 7일부터는 서울 지하철 요금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 더 비싸진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앞서 8월에는 버스 기본요금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 바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도 6일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350원 더 받는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한전이 200조원(6월말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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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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