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봉쇄 국제법 위반" 비판론

2023-10-12 10:33:41 게재

"이집트, 인도지원 위한 임시휴전 제안" … 이스라엘 지상전 채비에 미국은 신중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세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연일 공습을 가해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자 전면봉쇄를 비판하고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 맨발 상태로 긴급 대피하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시티 AFP=연합뉴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알아라비야 방송을 인용해 이집트가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6시간 휴전을 제안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집트가 제한적 휴전 상태에서 가자지구와 이집트간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행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미국 등과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전면 봉쇄된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현재 비상 발전기로 가동되고 있으며 (발전기용) 연료가 며칠 내에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일은 의료시설에 최대한 빨리 부족한 물품과 연료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봉쇄는 민간인이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식량과 에너지 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적십자의 구호 인력이 활동할 여건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인도적 위기와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전면 봉쇄에 대한 비판론 내지 경계론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기·수도·식량·연료·의약품 공급을 차단한 전면 봉쇄는 국제인도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요지로 유엔과 유럽연합(EU), 튀르키예 등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전술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에 앞서 레바논 남부 접경의 서부 갈릴리 지역에 자국을 겨냥한 대전차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 대원 3명 사망에 대한 보복이라며 배후를 자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밖에 레바논 또는 시리아 발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에서 경보가 울렸고, 전날에도 레바논은 물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포격이 이어지면서 확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날까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겨냥한 포격이 사흘 연속 이어지면서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날 저녁에는 이스라엘군 민방위 사령부가 북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공중 침투가 의심된다"며 대피 경보를 울렸다가 "오경보였다"고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과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저녁 가자지구 접경 인근에서 "공중에서 공세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지상에서도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장병들에게 학살자에 대해 자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은 지상군 투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 국방장관의 브뤼셀 회담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철통같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를 놓고는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임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향후 계획과 작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밝히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사한 질의에 "이스라엘의 대응이 균형적일 것으로 기대하며, 분쟁이 지속되는 동안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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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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