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전쟁 확산, 중동 전역에 전운

2023-10-16 10:33:03 게재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공식화 … 이란 개입 가능성에 확전 우려 급증

국제사회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기정사실화하자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급상승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으로 건물들이 무너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모여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뒤 교전이 벌어졌고 양측에서 4000명 이상이 숨졌다. 칸 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이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고, 이란 역시 중동의 현상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중동 전역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무장 정파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주례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하마스에 살해당한 형제자매들과 전사한 영웅들을 위해 묵념하자"고 제안한 뒤 "하마스는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들은 주어진 임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맞선 괴물들을 척결하기 위해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군 기지를 방문해 하마스를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작전을 예고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번 전쟁은 빛의 자식들과 어둠의 자식들간 싸움"이라며 "하마스는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아이들과 민간인을 죽이는 야만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마스의) 모든 지하터널과 작전 시설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것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면서 미국은 이란의 개입 등에 의해 확전할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방영된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이 격화하고, 북쪽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대치한 이스라엘 북부)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며 "물론 이란의 개입도 위험"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이 이번 사태에서 방관자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선 우리는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를 우려한다"며 "물론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동부 도시 데이르 에조르에 있던 병력을 이스라엘과 좀 더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재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이란 외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 정권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계속한다면 이 지역(중동)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모 제럴드포드호에 이어, 또 다른 핵 추진 항모인 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를 동지중해로 배치하고,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 산하에 A-10 공격기를 비롯해 전투기를 추가로 보내 공군력을 보강하는 등 이란의 개입으로 이번 사태가 중동전쟁으로 확전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폭풍전야 가자지구 위기 심화
"이-팔전쟁, 유럽내 반유대주의 물결 촉발"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