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공포에 문닫는 유럽, '셍겐조약' 힘빠져

2023-10-20 10:49:10 게재

중동전역서 "미·이스라엘 규탄" 격렬시위

이탈리아·슬로베이나 등 국경통제국 늘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 와중에 터진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중동지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과 분열이 커지면서 국제정세가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유대인들'이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미국이 병원 폭발 원인으로 팔레스타인측 로켓 오발을 지목했지만 중동 전역은 이스라엘의 책임을 주장하며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거듭 예고한 가운데 유럽 각국에서 찬반 시위가 부딪히고, 브뤼셀 등에서 테러 행위가 잇따르자 유럽국가들은 속속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번 사태로 강대국간 글로벌 분열은 더 뚜렷해졌다. 미국이 확고하게 이스라엘의 편에 선 반면, 중국·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개도국)의 시각에서 이스라엘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행보로 대립한다.

이슬람권의 들끓는 분노는 중동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라말라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왔고,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에선 수백명이 모여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 전역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마찬가지 구호가 터져 나왔다.

튀르키예에서는 주이스탄불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 수천명이 모여 영사관 폐쇄를 요구했고, 이라크 바레인 시리아 알제리 리비아 예멘에서도 수백~수천명 단위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중동정세가 불안해지고 최근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이슬람 출신들의 테러행위마저 발생하자 유럽에서는 국경통제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21일부터 두달간 이웃 헝가리, 크로아티와의 국경에서 검문을 시행키로 했다고 AP통신이 19일 전했다. 전날 이탈리아도 21일부터 열흘간 슬로베이나와의 국경 통제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는 유럽 내 27개국간 국경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 가입국이다. 가입국들은 "공공 정책이나 내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경을 통제할 수 있다.

보스티얀 포클루카르 슬로베니아 내무부 장관은 "유럽의 테러위험이 커졌다"면서 "우리는 급진적인 사람들이나 테러 의도를 가진 사람이 서부 발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같은 이유를 댔다. 유럽국가들이 하나둘 셍겐조약의 예외 조항을 들어 국경을 걸어잠그는 것이다.

미국은 19일 해외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신변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세계 여러 곳에서 고조된 긴장과 미국 국민 및 그 이해관계를 겨냥한 테러 공격, 시위, 폭력적 행동의 가능성 때문에 해외의 미국 국민에게 더욱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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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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