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국경 검문소 21일 열릴 것"

2023-10-20 10:34:55 게재

WP, 미 정부·유엔 관계자 인용 보도 … 인도주의 위기 극심한데 구호는 더뎌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에 놓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게 될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가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어진 21일(현지시간) 열릴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유엔에서 제공하는 가자지구 구호물자가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재되고 있다. 물자들은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집트는 전날 첫 인도적 지원 물량을 실은 트럭 20대의 가자지구 진입을 허용키로 했다. 두바이 AFP=연합뉴스


WP는 미국 정부와 유엔 관계자들을 인용해 라파 국경으로 가는 도로 보수가 하루 지연되면서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20일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관계자는 일부 물품은 20일 늦게 움직일 가능성이 작았는데, 그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집트 정부 측 방송인 알카히라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구호물품 전달을 위해 라파 국경 검문소가 20일에 열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여서 생명줄로 불리는 라파 검문소 앞에는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답지한 트럭 150여대 분량의 구호물자가 대기하고 있고, 라파에서 45㎞가량 떨어진 이집트 도시 엘아리시에는 더 많은 구호품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가자지구를 전면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구호물품 반입을 막고 있고,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을 우려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해 오면서 남부로 대거 이동했지만 국경봉쇄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구호물품 반입을 허용키로 했고, 반입통로가 될 이집트와도 조건부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 의약품만 반입할 수 있으며, 해당 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고, 이집트 역시 통로 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구호물자 수송대의 안전한 통행" 등을 내세웠다. 이렇듯 구호물품 반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물품 제한·안전 보장·하마스 비개입이라는 3개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뒤 귀국길 전용기에서 1차로 트럭 20대를 통과시키는 데에 이집트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또 이집트 국영 일간 알아흐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구호품은 아마 목요일(19일) 늦은 시간이나 금요일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오후 "가자지구로 들어온 구호품이나 보수 장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쪽을 오가는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바닥에 뚫린 구덩이를 메우는 작업에만 8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집트 측이 라파 국경을 향해 도로 보수용 장비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금주 내로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가 반입되기 시작하더라도 라파 국경이 계속 열릴지는 미지수다. 또 1차 보급품만으로는 가자지구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추가 구호품 반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내건 물품 제한·안전 보장·하마스 비개입이라는 조건이 까다로워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통로를 다시 폐쇄할 수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하마스가 지원을 전용하거나 훔친다면, 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복지에 관심이 없음을 재차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집트 역시 일단은 통로를 개방하지만 안전보장과 난민유입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시 문을 닫을 태세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구호품은 유엔 감독하에 통과될 것"이라면서 외국인 및 이중국적자의 이집트 입국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국경이 제대로 작동하고 시설이 수리된다면"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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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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