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철수' 약속한 카카오, 시늉만 냈다

2023-10-26 11:01:00 게재

카카오 계열사는 105개 → 144개

문닫은 '골목' 계열사 2곳에 그쳐

3년6개월간 광고수익만 5조7천억

강민국 의원 "수익 극대화만 치중"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 뒤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겠다"던 카카오의 거듭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2년간 계열사는 오히려 40여개가 급증했고 광고매출로만 매년 수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금감원 출석 |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은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업종 철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카카오톡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2021년 2월 105개에서 39곳 증가한 총 144곳(지난 8월 기준)이었다.

2021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 계열사 확대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부는 이미 철수를 시작했고, 일부는 지분 매각에 대한 이야기를 검토 중에 있다. 좀 더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던 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 뒤에는 대국민약속을 통해 '골목상권 철수'를 거듭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문을 닫은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계서비스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등 2곳에 불과했다.

반면 카카오의 광고 수익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톡비즈 매출액을 보면 2020년 1조1490억원에서 43.1% 증가했다. 이어 2021년 1조6439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1조9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8%가 증가했다. 톡비즈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광고와 이모티콘, 선물하기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계열사가 늘어난 것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효과가 크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그룹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지난 23일 김범수 창업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를 소환 조사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월 연예기획사인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수사가 카카오 법인의 처벌로 이어지면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을 계열사로 둔 카카오는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터넷은행 의결권 보유 한도는 원칙적으로 10%이지만 금감원 승인을 받으면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 카카오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고, 카카오뱅크 보유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카카오의 SM엔터 인수에 대한 기업 결합(M&A) 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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